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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비 Dec 12. 2018

프랑스의 페스티벌에는 다른 뭔가가 있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아야 할 것들

We are your friends

- 저스티스 <We are your friends>


기껏 프랑스에 와서 프랑스어 공부를 못하고 영어만 질리도록 했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드디어 시험날이 다가왔다. 물론 이 날이 마지막이 될지 아니면 다시 도돌이표로 돌아갈지는 2 주 후에 판가름 난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다시 시험을 봐야 했다...


아무튼 끝난 것은 끝난 것이니 이날을 맘껏 즐기기로 했다. 계획은 진작에 있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노는 것에 있어서는 빠지지 않는 우리들 아닌가! 우리의 계획은 파리에서 열리는 락 페스티벌에 가는 거였다. 음악이란 또 우리 부부를 이어준 매개체였다. 서로 통하는 음악적 감성이 지금에까지 이르렀다고 할까?  마침 저스티스가 이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메인 무대를 장식한다. 이들은 바야흐로 우리가 첫 데이트이자 썸의 절정에 이르렀던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에 섰던 그룹이었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는 판단, 바로 질렀다.

오예!

페스티벌은 파리 외곽의 공원에서 열렸다. 다행히 집에서는 멀지 않은 곳이라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도 큰 불편 없이 집에 도착할 수 있다. 지하철을 타는 것만으로도 누구누구가 페스티벌에 가는지 짐작이 갈 정도로 축제의 열기는 이미 공연장을 벗어나 있었다. 출구를 나오자 얼핏 들리는 비트는 더욱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두근두근!


페스티발에서 음료를 마시면 다양한 플라스틱 컵에 담아서 준다. 어딘가 귀엽다. 1유로의 보증금이 드는 데 나중에 돌려 받을 수 있고 원한다면 그냥 챙겨도 된다. 


탁 트인 공원에서 열리는 락 페스티벌. 한껏 상기된 젊은이들의 흥분이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띄웠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페스티벌 특유의 자유로움, 입에서는 연신 "오 예!"가 터져 나왔다. 공연장 양쪽에 늘어선 간이식당에서 품어져 나오는 감자튀김과 각종 음식 냄새는 이미 꽉 찬 위장을 쉼 없이 자극했고, 사람들의 손에 들린 귀여운 맥주잔에 담기 맥주는 "아직 부족해...!" 라며 알콜 연료를 더 채워야 한다는 사실만 상기시켰다.


잔뜩 흥이 오른 상태서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니 흥미를 끄는 것들이 있었다. 지금껏 한국에서 즐긴 페스티벌은 으레 젊은이들을 위한 것, 젊음의 해방구 같은 인상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곳에서 페스티벌은 물론 젊은 청춘들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백발의 노부부들도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왔다. 서로 손을 마주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들, 혹은 잔디밭에 살짝 기대 누워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그들을 보자니 어딘가 모르게 생경함이 느껴졌다. 또 혹시나 음악 소리가 너무 클까 봐 씌운 듯한 귀마개를 한 아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런 아이들을 보는 게 가장 쉬웠다. 왜냐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아빠 어깨에 앉아 목마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2대 혹은 3대에 걸친 가족들이 주말 피크닉을 즐기러 나온 것을 보며 페스티벌이 페스티벌일 수 있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즐기는 데 있어 제약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반대편으로 올라오기 쉽도록 경사면이 설치돼 있다.

제약 없음은 단순 노부부 혹은 꼬마 아이들에게 국한되지 않았다. 심지어 몸이 불편한 이들에 대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 메인 무대부터 작은 무대까지 모든 곳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심지어 휠체어를 탄 채 사람들과 함께 잔디밭에서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았다.


그도 그냥 음악팬 중 한 명일뿐.

파리에 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일상생활에서 생각보다 많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는 거였다. 길을 걷다가도, 지하철을 타다가도 지팡이를 쥔 시각 장애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약간의 자폐 증상이 있는 듯한 아이들도 종종 본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 혼자 알아서 지하철을 타고 길을 걷고 이동한다는 것이다. 


파리의 지하철을 서울의 지하철과 비교하면 훨씬 불편하다. 한국에서는 그 흔한 엘리베이터는 찾아볼 수가 없고 화장실도 없다. 심지어 입구도 비좁아 어떤 역은 두 명 이상이 나가기 버거울 정도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일상에서 거의 볼 수 없던, 그래서 오히려 더욱 눈에 띄는 일상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이곳에서는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페스티벌을 즐기는 그들을 보며 결국 이들에 대한 배려의 기본은 온갖 기술을 접목한 편의시설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즐기고 공유하면서 "우리는 친구야" 라며 상대를 낯설어하지 않는 배려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마지막은 저스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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