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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비 Feb 01. 2019

우리 더 솔직해지자

싫은 거야 좋은 거야?

"우리 이제 솔직해지기로 해"


비가 오는 포르투의 루이스 1세 다리 혹은 루이 1세 다리. 당신의 솔직한 마음을 알기 위해선 어느 다리를 건너가야 하나요?


파리에 와서 우리가 약간의 언쟁 아닌 언쟁을 몇 차례 치르고 나서 한 약속이다. 오랜 시간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있었지만 그래도 우린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서로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며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에 때로는 쓰라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 첫걸음으로는 서로에게 솔직해지기로 했다. 물론 우린 서로에게 때로는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긴 하지만 때로는 감추어왔던 진실한 감정을 더욱 표현하기로 했다. 싫으면 싫다고, 상대를 배려한답시고 겉으로 다 드러나는 거짓말도 더 이상은 하지 말자고 했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거짓말을 멈추지 않는다. 자칫 소통의 문제가 있는 관계로 비추어질 거 같은데 말하자면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을 거두지 못한다. 특히 그 사람이 너무나 좋아하는 것, 혹은 바라는 것이 있다. 얼굴 표정만 봐도 얼마나 고대하던 순간인지 딱 드러난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근데 난 이거 싫어"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꾹꾹 눌러 담고 "와, 나도 기대돼!" 하는 거짓말을 한다. 가끔은 아내가 그런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본인이 알게 모르게 싫은 티를 잘 낸다. 그럼 나는 그걸 느끼면서도 그녀의 배려에 배려를 한답시고 모른 척 넘어간다. 물론 한 번 더 찔러보기는 한다. "정말 괜찮아?!" 그러면 그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럼! 나도 정말 좋아!"라고 재차 거짓말을 한다. 나를 배려하겠다는 그녀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나는 몰랐던 양 넘어간다. 사실 그녀는 진심으로 괜찮지는 않다.


포르투에서 먹은 돼지고기 샌드위치. 예를 들어 아내는 이런 풀떼기 없는 식사를 굉장히 싫어한다. 난 굉장히 만족했지만...


대부분의 선의의 거짓말을 잘 먹힌다. 물론 적절한 짝짜꿍은 필수다. 서로가 서로의 진실한 의중을 안다. 상대는 내키지 않지만 내가 원하기 때문에 채소를 먹고, 아침운동을 나가고, 고기를 먹고, 외식을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추임새, 말하자면 "오늘 덕분에 정말 즐거웠어! 정말 고마워!" 같은 표현은 필수다. 이 같은 보조 장단을 못 맞춰 줄 정도로 예민함이 둔하지는 않다.


근데 가끔은 잘 안 먹힐 때가 있다. 상대의 싫은 기색이 너무나 역력할 때, 그리고 그 아우라를 계속해서 내뿜고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넘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아니, 그러면 확실히 싫다고 하든가, 어쨌든 서로 동의한 건데 이렇게 분위기 처지게 하고 울상만 짓고 있으면 어떡하라는 거지?"


포르투의 성 벤투역. 파란 타일의 장식이 인상적인.


이런 생각이 조금씩 조금씩 차오른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 그걸 꼭 말해야 아니?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 어떡하니 정말". 문제는 나도 알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확인해 다시 물어본다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애초에 그 의중을 읽고 그에 맞는 태도를 취했어야 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애초에 간절한 바람과 욕망을 품었던 사람의 잘못인가? 


서로가 그것을 확고히 원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비록 진심으로는 별로 안 내켜도 상대를 생각해 넘어가기로 했다. 그 희생을 알기에 커다란 기쁨과 고마움을 갖고 이를 표현한다. 그럼에도 상대는 싫은 티를 계속 내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본인의 자잘한 욕심 때문에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한 거 같아 미안하다. 그리고 한편으론 왜 자기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지에 대한 서운함도 깃든다. 그러다 보면 생각 못한 큰 불꽃이 튀기도 한다.


우리는 어느 선까지 상대를 배려하며 거짓말을 해야 할까? 


포르투 숙소 근처 공원에 널브러져 있던 동백꽃. 내리는 비에 우수수 떨어지고 말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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