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아스팔트 위를 굴렀다
왼손엔 부러진 우산
피맺힌 무릎
아스팔트 가루를 털고
남은 단추 몇 없는 구겨진 셔츠가
젖은데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다시 끼—익대는 자전거에 올라탄다
지퍼가 고장 난 가방 안
반찬이라곤 김치뿐인 도시락이 터진지도 모른 채
날카로운 고층 빌딩이 보이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 차디찬 문을
땀에 젖은 손으로 여는데
신발을 갈아 신으란다
밑창 다 닳은 구두를 구석진데 숨기듯 두는데
양말 구멍은 숨을 생각이 없다
한편 불현듯 의아한 고요함이 머리를 뚫듯 스쳐
보니 손목시계는 한 시간이 더디다
간신히 갖춰온 자기소개서와 그 자취들이 떠올라
앞은 흐릿해지고 호흡은 가빠져 애처럼 울었다
그때 그 해 여름은 결함 없는 비극이었고
… 소년은
어린 소년은 깊이 가슴에 박힌 못 살살 빼내어 안을 게을리 들여봤었다
발톱깎이는 녹슬었기에 피라도 잘못 나면 아아 파상풍에 떨었고
엄마 타이레놀은 항상 반쪽이었다
퐁퐁으로 머리 감고 빨랫비누로 목욕하던 시절
피부는 터 따갑고 팔뚝에는 흉터가 있다
볼 때마다 아픔이 아아 떠오르는 영원히 진하고 깊게 새겨져 있을 흉터가
그래서 시큰한가 팔은 내게 의무였던 적이 없다
손목시계가 내쉬는 숨의 무게는 무겁고 빠른 쓰나미다
모두가 나침반을 볼 수 있지만, 그 이치대로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피는 거꾸로 흐른다
차라리 투명한 피를 원했다
집은 멍을 숨기기엔 좁았다
가족들은 먼지 쌓인 액자를 오늘도 외면한다
내면과 달리
그 사진은 매우 고급스럽다
알 수 없는 탁자 위 서류들은
아버지의 정장 좀먹게 하고, 담배 한 까치 더 피우게 만든다
맛은 비대칭적으로
구수하며 달착지근한 담배와 정신이 겹친다
연기는 거꾸로 흐른다
아아 나도 저처럼 나도 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