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줄 놓을 거 같을 때마다 보시오.●
성인이 되면 평생을 둥지에 살던 새가 야생에 던져지는 것처럼 예측할 수 없고 보호받지 못하는, 주체적 결단에 따르는 책임을 지고 후회도 하는 그런 삶이 될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두렵다.
나는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시나브로 탁해지는 어항처럼 외재적인 간섭(positive)이 없으면 타락할 거 같다.
돈을 함부로 아무 데나 쓸 것 같다. 담배, 술, 마약, 도박에 취해 살 거 같다.
성매매 할 거 같다.
스스로를 뜯어말리는 일말의 양심을 직면하면 나 자신을 부정하는 느낌이 들까 봐 계속해서 밀어내고 외면할 거 같다.
양심을 모른 체하는 나까지 모른 체할 거 같다.
계속해서 외부로 시선을 집중하여 성찰의 시간을 안 가질 거 같다.
고유한 개성을 잃고 길들여진 주체로 살 거 같다.
부모님이 실망할까 봐 연락을 외면할 거 같다.
친구들이 싫어할까 봐 큰길보다는 골목사이로 조용히 피해 다닐 거 같다.
오랜만에 마주친 고등학생시절 담임선생님을 못 본척하고 고개 숙일 거 같다.
방구석에서 커뮤니티에 남을 비난하는 게시글들을 올릴 거 같다.
과거에 취해 몇 년 전 성과들로 자위할 거 같다.
집에는 아무도 안 오니까 청소를 굳이 하지 않을 거 같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타인의 시선만 의식하다가 오는 게 짜증이 나서 밖에 안 나갈 거 같다.
그냥 죽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 거 같다.
물건을 훔치고 아이들의 수다소리를 증오할 거 같고
번개탄을 훔칠 거 같고
택시비를 훔칠 거 같고
어차피 죽을 건데 식당 돈 안 내고 먹고 튀고 죽을 거 같고
어차피 죽을 건데 잘 안 풀려서 짜증 나서 컴퓨터 부술 때까지 게임하다가 죽을 거 같은데.
어차피 죽을 건데 강간하고 벌 받기 전에 죽을 거 같은데.
이제 죽어야지.
울겠지.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
내가 꿈꾸던 20대는 이게 아닌데.
내가 상상하던 세계는 이게 아닌데.
—이 글까지 외면할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