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항시 감염 가능 상태
코로나 시절, 학원을 안 가며 학원비를 지출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 돈으로 아프리카 티비 흉가 주작 방송에 별풍선을 자주 쐈다. 그녀는 평소에 귀신, 외계인, 범죄 등 미스터리한 주제를 다루는 콘텐츠를 즐겨봤다. 그러다가 흉가 라이브 방송을 보게 되며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본방사수도 하고 후원도 자주 해서 그 비제이와 시청자도 어머니의 아이디를 잘 알고 있을 정도였다. 결국 어느새 약 1000만 원을 후원했다.
아버지는 애초에 흉가 귀신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조작 방송으로 돈 버는 사기꾼으로 간주했다. 나는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버지는 많이 슬퍼했고, 가족 공동체에 관한 허무한 상실감으로 마음이 가득 차 아렸을 것이다. 많은 돈이 사라진 것보다 더 슬픈 것은 배신감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내게 텀블러를 열어 속 안을 보여준다. 다 피운 연초담배와 담뱃재로 고약한 이미지였다. 나는 이게 뭔지 몰라야 했다. "엄마가 피운 거야?"라는 말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뱉는다. 사실 엄마는 담배를 피운다는 것을 익히 예상했다. 처음에 술 먹고 들어온 어머니의 책상에서 우리 형이 담배를 발견했을 때, 어머니는 친구의 담배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뒤안에 다녀온 어머니의 손 냄새를 맡았을 때 담배 냄새가 났다. 세 번째로 이사를 갔을 때, 베란다에서 재떨이가 나왔다. 나는 이것을 이삿짐센터의 아저씨의 것이라고 생각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네 번째로 엄마를 부르며 엄마방에 갔을 때, 커튼에 가려진 베란다에 쪼그려 앉아있는 엄마의 실루엣이 내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고 숨죽이는 것을 보고 모른 척해야만 했었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폰을 빼앗겼다. 안 뺏기려고 베란다에 무슨 기계 위에 얹어놓고 아버지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었지만 결국 들킨 것이었다. 어쩌면 원래의 위치로 돌아간 것이다. 엄마는 내게 폰을 빌려 쓰자고 했다. 나는 일단 한번 빌려준 뒤 다시 받았다. 그 후 내 베개커버 안에 폰을 넣고 잤다. 잠에서 깼을 땐, 어머니가 폰을 빨리 달라고 했다. 나는 폰이 어딨는지 모른 척하다가 베개커버 안에서 폰을 꺼냈다. 그녀 주제에 나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나 뭐라나. pc카톡으로 그녀의 카톡 내용을 몰래 훔쳐봤다. 아프리카 비제이에게 103호인지 공실이니까 오라는 메시지를 보내더라. 나는 어이가 없었다. 엄마는 '라이브 방송을 못 봐서 항상 보이던 내 아이디가 없으니까 메시지를 보내서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라는 시키지도 않은 변명을 했다. 그리고 pc카톡으로 못 보게 설정했다.
아버지는 저녁에 나에게 엄마폰으로 결제내역을 보여주었다. 나에게 귀신은 있냐고 물었다. 나의 훌륭한 말발로 미친 컨트롤의 중립적 발언을 시전 했다. "귀신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 그리고 아빠는 엄마의 아프리카 아이디를 정신병자년?으로 수정해 놓았다.
쿵! 쾅! 소리에 나는 방문을 열고 거실을 봤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머리채를 뜯으며 거실 바닥에서 구르면서 발길질하고 있었다. ○○아 아빠 신고해! — 신고해 이 씨발년아. 나는 경찰에 신고한 뒤 기다렸다. 내가 믿을 단 한 사람인 경찰아저씨가 왔다. "최근에는 부부싸움을 간단히 치부하거나 대충 처리하지 않습니다." 나는 키우는 개, 고양이와 함께 방에서 기다렸다. 거실에서는 어른 두 명과 좀비 두 마리가 있었다. 그날은 암컷 좀비가 내게 학원에 가지 말고 아빠로부터 지켜달라더나 뭐라나. 일단 학원엔 안 가서 좋았던걸 보면 나 역시 좀비였다. 가슴은 곪아있었다.
며칠 뒤 학원에서 쉬는 시간에 카톡을 봤다. 이혼을 하여 아빠가 없는 집이라 좀 가난하더라도 열심히 살자나 뭐라나. 가출할 생각이니까 나랑 상관없는 엄마의 짖음이었다. 나는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며 눈물을 숨겼다. 다른 가정은 가래떡처럼 다들 붙어있지만, 우리는 콩가루를 묻혔기에 서로 떨어져 있다. 아마 상한 콩 가루였을게다.
아빠는 내게 방금 현관문 열고 누가 나갔냐고 했다. 아빠는 방금 화내서 그런지 떨리는 호흡에 격양된 목소리였다. 나는 엄마가 나갔다고 했다. 아이 씨발. 따라온나. 나는 아빠 따라 옥상에 갔다. 엄마는 울고 있었다. 아빠가 엄마를 체포하듯 저지하려 했다. 그래서 내가 아빠를 저지했다. 엄마는 아빠를 때리고 야이 씹쌔끼야!!! 머리채 잡는 걸 말렸다. 둘 다 똑같다는 말 밖에 안 하는 형까지 미웠다.
결국 우리는 옥상이라는 공간까지 감염시킨 셈이었다. 마음을 정리하거나 깊은 생각 하러 가끔씩 올라오던 옥상이었건만, 지금은 실내와 별 다름없다. 우리는 이 건물의 실외까지도 억압의 공간으로 만들었으며, 이전까지의 옥상으로 앞으로는 영원히 갈 수 없다. 벗어날 수 없는 감옥이다.
나는 흉가에 귀신은 존재한다고 백 퍼센트 확신한다. 우리 집은 흉한 가정이었고 엄마는 귀신이었다.
"우리 다시 사이좋게 지내기로 했어" 서로 끌어안는 부와 모는 내게 무거운 괴리감을 심어줬다. 해독제를 먹은 좀비들은 아직 온전히 인간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서로 협상을 원만하게 했을 거라 믿는다. 독했던 흉가는 마치 남과 북처럼 일단락 상태로 지금까지 5년을 버텨오고 있다. 한심한 사람?들...
...
!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