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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구사냥 Feb 10. 2019

야구장 크기와 형태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

야구장 크기와 형태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

사례 하나. 1884년에 시카고 화이트스타킹스는 4명의 선수가 20개 이상의 홈런을 터뜨리는 활약 속에 총 142개의 홈런으로 내셔널리그 팀 홈런 1위에 올랐다. 당시 팀 홈런 2위에 오른 버팔로 바이슨스의 팀 홈런수가 39개에 그치는 등 리그내 나머지 7개 팀에서 때린 총 홈런수가 179개였으니 화이트스타킹스는 리그 홈런의 50% 정도를 차지할 만큼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한 팀이었다. 이렇게 화이트스타킹스가 압도적인 홈런 수를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레이크 프런트 파크의 영향이 컸다. 레이크 프런트 파크가 양쪽 파울라인이 60m 정도에 불과했고 센터방향 펜스도 홈에서 9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을 만큼 작디작은 야구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듬해 새로운 구장 웨스트 사이드 파크로 이동한 화이트스타킹스가 기록한 홈런은 겨우 54개로 대폭 줄어들었다.     


사례 둘. 뉴욕 자이언츠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맞붙은 1954년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양 팀이 2-2로 맞선 8회초 클리블랜드의 빅 워츠는 우중간으로 130m 정도를 날아가는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잘 알려진 것처럼 이 타구는 ‘The Catch’로 불리는 윌리 메이스의 호수비에 막혀 아웃됐고 뉴욕은 10회말에 대타로 등장한 더스티 로즈의 3점 홈런에 힘입어 5-2로 승리했다. 여기서 특이한 사실은 로즈의 타구는 고작 80m 정도를 날아갔을 뿐이었지만 타구의 방향이 우측 펜스 근처로 향했던 덕분에 펜스를 훌쩍 넘어갔다는 점이다. 워츠의 타구에 비해 50m 정도 짧은 타구를 날아간 로즈의 타구가 홈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경기가 펼쳐진 폴로 그라운드가 센터방향 펜스는 홈에서 140m가 넘을 정도로 깊었지만 양쪽 파울라인은 80m 정도에 불과한 독특한 형태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극단적인 사례 두 가지를 들었지만 야구장의 크기와 형태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예를 들어 파울 지역에서 잡히는 타구가 경기당 두어 개 정도 나오는데 파울 지역이 좁은 야구장에서는 이러한 타구가 관중석으로 들어가므로 타자가 아웃되지 않고 투수와 다시 대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심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크기가 작은 구장에서는 투수들이 홈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공을 던지기 힘든 반면 큰 구장에서는 타자들이 광활한 외야를 보며 스윙이 저절로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야구장의 크기와 형태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높다 보니 팀들은 선수를 영입하거나 팀 컬러를 구상할 때 홈구장의 크기와 형태를 고려하거나 기존의 선수 또는 팀 컬러에 맞춰 홈구장을 개조하기도 한다. 홈구장의 크기와 형태에 예민한 것은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강타자 행크 그린버그를 영입할 수 있었던 데는 극단적으로 당겨 치는 타격을 펼쳤던 그린버그를 위해 홈구장인 포브스 필드의 좌측 펜스를 10m 정도 줄여주겠다는 제안이 컸다.


홈구장으로 사용할 야구장이 마음에 들어 입단한 그린버그와 달리 바뀐 홈구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떠난 선수들도 많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켄 그리피 주니어가 꼽힌다. 킹돔이라는 작은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시애틀 매리너스는 1991년에 팀 내 최고 유망주 그리피 주니어를 위해 우중간 펜스를 114m에서 107m로 7미터를 앞당겨주는 배려를 했다. 그러다 1999년 7월 15일에 새로운 홈구장 세이프코 필드가 문을 열었고 동시에 타자들은 킹돔이었으면 펜스를 훌쩍 넘어갔을 타구들이 외야수에게 허무하게 잡히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특히 우중간이 118m로 킹돔에 비해 11m나 멀어진데다 바닷바람까지 가세해 홈런을 치기가 더 힘들어졌고 여기에 넓은 파울 지역 또한 타자들의 불만 요소였다. 당시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인 행크 아론의 755홈런 경신을 목표로 삼고 있던 그리피 주니어는 참다못해 구단에 펜스를 앞당겨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실제로 그리피 주니어의 기록을 살펴보면 킹돔을 사용하던 전반기 87경기에서는 타율 0.310 29홈런 81타점을 기록했으나 세이프코 필드로 옮긴 후반기 75경기에서는 타율 0.255 19홈런 53타점에 머물며 3년 연속 50홈런 달성에 실패했으니 그리피 주니어로서는 충분히 불만을 제기할만했다. 그러나 매리너스는 그리피 주니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그는 이듬해 정든 매리너스를 떠나 신시내티 레즈로 팀을 옮기게 된다.     


1958년에 메이저리그는 야구장의 표준화를 위해 앞으로 건설하는 야구장은 좌우 펜스까지의 거리는 99m 이상, 센터 방향 펜스까지의 거리는 122m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정했으나 이 역시 외야 끝까지의 최소 거리만 정했을 뿐 최대 거리에는 제한이 없었다. 가지각색의 크기와 형태를 가진 야구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야구장의 크기와 형태도 모든 구장이 동일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구장이 위치한 곳의 고도나 바람 등의 영향을 똑같이 만들 수 없는 한 구장의 형태를 동일하게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뿐더러 야구장 크기와 형태의 다양성은 야구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더더욱 의미가 없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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