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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서로를 치유한다."

<2025 치매 생태계 세미나> 2회 차 후기

by 이인현

지난 <2025 치매 생태계 세미나> 2회 차를 듣고 후기를 남긴다.

이번 회차는 '환자와 가족'이 주요 주제였다.


1. 치매 공생사회 실현을 위해서 (홍종석 강동구치매안심센터 팀장)


치매가 두려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당사자에게 오는 고통이나 두려움도 있지만 특히 치매 당사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과 보호자들에게 까지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래에는 홍종석 팀장님이 공유한 치매와 관련해서 자주 묻고 답하게 되는 질문 목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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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치매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거나 자세한 정보를 알기 어려울까? 아마 치매가 나에게 직접적인 사건으로 등장하기 전에는 치매를 알아보려는 시도 자체가 두렵고, 그래서 치매라는 증상이 닥쳤을 때 더 막막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듯하다. 그럴 때 먼저 참고할 만한 책을 소개해주셨다.


1) <부모님이 쓰러졌다>, 고바야시 유미코, 아르테팝, 2016, 11,000원

http://aladin.kr/p/mJYOu

가족의 고민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까?

- 쉽사리 내가 할게 같은 말도 못 꺼내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미룰 수도 없다.

- 부모님 일인데 이러는 게 슬플 따름이다.


간병인의 말

- 자책할 필요 없다.

- 최선의 조건을 선택하려는 게 문제다.

- 어떤 선택을 해도 된다.

-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도 상황과 조건은 점점 바뀐다.

- 간병 방식 역시 언제든 바꿀 수 있다.

- 가족분들께 좋은 방식으로 결정하면 된다.





치매에 대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가장 먼저 알아가야 할 노인 세대에서는 이런 말이 공유되곤 한다.

'치매만은 걸려서는 안 된다, 그러면 자식들이 돈을 다 가져가고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

통계를 보자면 치매 유병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높아진다. 즉, 초기에 치매를 진단하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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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통계를 보자면 치매 중 사회에서 충분히 역할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경도, 중등도 치매는 97.2%에 가깝다. 중증 치매는 그 중 아주 적은 수를 차지하고 경도, 중등도 단계에서 치매를 잘 관리해나가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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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발표자인 홍종석 선생님이 직접 쓰신 책을 소개도 해주셨다.

2) <치매는 처음이지?>, 홍종석, 디멘시아북스, 2025, 22,000원

http://aladin.kr/p/7R4sf

예전에는 치매 증상의 정도에 관한 질문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치매와 제도, 금융, 돌봄 등 전문적인 지식을 많이 요청한다. 즉 우리에게는 치매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각 정보에 대해 상세한 정보가 안내되어 있다고 한다.












추가로 말씀해주신 점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건강상의 위험이고 이것이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역/마을 중심 돌봄 생태계가 구축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하셨다. 치매 환자를 돌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살고 싶은 대로 즐겁게 사는 것, 환자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제 치매가 왔으니 별수 없이..."라며, 여러 가지를 못하게 하는 것이 최악의 대응이라고 한다. (치매의 벽 참고, 와다 히데키 저)


결론적으로 치매에 대한 당사자와 가족, 사회 전체의 관심 - 존중과 배려 - 관계가 서로를 치유한다.


2. 치매 환자와 오래 함께 살아갈 가능성 발견하기 (나정민 치매 돌봄 가족)


다음은 치매 돌봄 가족인 나정민 님의 사례 발표였다. 나정민 님은 본인의 어머님이 처음 치매 진단을 받았던 2016년부터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리고 어떤 상황은 조금 시간이 지나 지금은 개선된 상황일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사례를 이야기로 길게 전해주셨는데 공유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을 것 같아 발표자료에서 공유해 주신 키워드들로 대체한다.


1) 변화 인정하기

* 환자 본인의 변화 알아차리기

- 어머니의 성격 변화

- 기억력 저하

- 우울증 진단과 약 복용에도 호전되지 않음

- 치매안심센터 방문 및 치매 진단

- 생활 속 문제 발생

- 개선을 위한 노력 거부 및 병에 대한 부정


* 가족이 환자를 인정하기

- 초기 인정의 어려움

- 잔소리와 가르치려는 말로 불편함의 반복

- 스스로 조금만 노력하면 나아질 것 같은데

- 분노와 좌절


2) 거주지역이 다른 엄마의 돌봄

* 롱디 돌봄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고민

- 어머니의 집에 대한 집착과 익숙한 환경

- 이주 결정의 어려움과 시기를 놓친 후회

- 길 잃은 사건 이후 이주가 불가능해진 상황


* 먼 곳에서 이루어지는 돌봄

- 지문 등록 및 GPS기기, 휴대폰 위치 공유 활용

- 홈카메라 관찰과 도움

- 데이케어 센터, 노인복지관 이용 거부

- 방문 요양 서비스

- 성당 공동체의 도움과 한계


* 방문 요양사와 인지 개선 교구의 한계

- 방문요양보호사의 역량, 전문성 한계

- 방문요양보호사에게 주어진 업무의 한계

- 인지 개선 교구의 부적합성


* 기타 난감했던 생활 문제들

- 인터넷 등 전자기기 먹통 문제

- 고가의 물품 구매 사기

- 모르는 사람에게 문 열어주는 등 치안 문제

- 돈 관리의 어려움


3) 요양원 입소 : 또 다른 시작과 현실

* 요양원 입소를 결정하게 된 배경 생활 문제들

- 코로나 19로 인한 외부 활동 단절

- 인지 공간 축소와 배회 증가

- 안전 문제 심화

-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돌봄을 맡기는 것에 대한 주변의 시선


* 요양원의 현실과 한계

- 사소한 일상적 활동이 사라짐

- 육체적 노화, 치매 빠른 진행

- 가족과 접촉 기회 한계

- 고립이 익숙해짐


4) 치매 환자와 오래 함께 살아갈 가능성

* 단계 및 개별 상황에 맞는 설루션 필요

- 진행 속도에 맞는 활동 공간 및 교육 기관 필요

- 환자, 환자가족 병을 이해하고 소통법


* 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

- 환자 스스로가 살아갈 곳을 선택할 권리

- 돌봄을 받을 형태 다양성과 선택할 권리

- 다양한 돌봄 방식 존중

- 사회적 지지 체계 마련


3. 토론

토론에서는 여러 참여자가 의견을 나누었고, 일부 내용만 요약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치매환자가 지낼 곳이 집과 시설 선택지 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본인의 취향이나 증상에 따라 중간지 형태의 다양한 단계별 선택지가 필요한데 현실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어 참가자 토론자 간의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Q.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다양한 옵션'에 어떤 게 있을 수 있는지? 한국에는 그런 사례가 부족하기 때문.

A.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비급여 서비스 : 가족의 뜻과 치매 당사자의 뜻이 맞지 않을 때, 당사자가 치매를 수용하거나 관리를 받기를 원하지 않을 때 주/야간 보호 서비스나 방문요양 서비스는 적절하지 않았다. 전화안부 서비스나 방문요양 서비스를 시간을 쪼개 진행하는 등의 사례.

비공식 자원 : 주변 이웃 도움이나 종교기관의 도움 등.

그 외 돌봄이 아닌 단기적인 재활서비스, 중간집, 재활병원, 공동체주택, 고령자복지주택, 주민주도 커뮤니티 등 다양한 옵션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Q.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남은 인생에 어떤 것을 계획할지인 것 같다. 진료 후에 이런 것이 바로 연결되는 사례 같은 게 있다면 혼란과 고민이 줄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A1. 단노 토모후미 발표를 공유

- 한국에서는 '그래도 웃으며 살아갑니다' 책, 오렌지 도어라는 단체의 대표. 도요타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높은 역량으로 일하셨었음. 그러다 40대에 초로기치매를 진단받음.
- 중증 치매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초기치매 당사자를 위한 정보와 그들을 지지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음.
- 치매 진단 이후, 환자를 안전하게 - 친절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 못 나가게 한다던지, 휴대폰을 빼앗거나, 지갑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하는) 하지만 이런 친절은 당사자가 의욕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우울해지게 한다.
- 자신이 당하면 분명히 싫을만한 관리라는 이름의 통제와 제한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독립성을 박탈당하는 생활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짜 돌봄이 필요한 건, 중증 이상이 되었을 때라고 생각한다.
- 존중하고,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당사자가 더 오래 악화되지 않는 방법이다. 실수하더라도 괜찮은 환경이 필요하다. 위험한 걸 주의하게 돕는 건 필요하지만 그럴 때도 말투나 행동이 중요하다.
- 자립은 스스로 모든 걸 다하는 것이 아니다. 자립은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말하고 또 스스로 못하겠는 건 못하겠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부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진료소에서의 피어 서포트: 월 4회, 이즈미노모리 진료소. 진단 후에 동료 당사자를 만날 수 있도록 한다. 의사가 피어 서포트가 있는 날에 진료 예약을 넣어서 반드시 만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되면, 진단 직후 빠르게 만나게 된다. 집안에만 있는 환자도 놓치지 않고 연결될 수 있게 된다.

A2. 영국 프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고 확산되고 있는 헬스 커넥터 + 커뮤니티 커넥터. 치매 당사자들이 사회적 관계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도와주는 모델. 연결을 전문적으로 하는 커넥터가 커뮤니티, 의료기관과의 연결성을 이해하고 처방을 도와주는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Q. 지금 나누는 대화들이 현장에서도 일반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혁신적인 그룹 사이에서만 논의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A. 치매안심센터 안에서 일하면서는 공적 재원을 가지고 정책 안에서 일하면서는 치매생태계 구축과 같은 목표는 갈 길은 먼 것 같다. 평가를 받다 보니 평가지표 위주로 사업이 운영되고, 그것을 보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의 접근 및 활성화가 필요하다.


Q. 새로운 시스템과 매뉴얼,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모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이해되는데 돌봄에는 그런 시도가 부족한 것인지?

A1. 치매국가책임제를 들었을 때 국가가 어떻게 책임을 지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치매생태계가 되어야만 치매 문제에 대처가 가능할 거라 생각. 치매 교육을 받고 치매당사자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학생부터 성인까지, 직장, 아파트 등 어디에서도 치매를 만나고 도와줄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

A2. 야마나카 시노부 발표

- 치매에 걸리면 아무것도 못한다거나 알지 못한다는 건 편견이다. 진단 이후에도 혼자 도쿄에 가고 있고, 법인 대표도 되었으며, 재혼도 했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 본인, 가족, 전문직, 지역-사회 4개의 타이어가 있어야 자동차가 굴러갈 수 있다.
- 2022년 7월, 코치현 지사로부터 인지증 희망대사로 위촉받았다.
- 탄노 씨에게 희망의 바통을 받은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이 바통을 넘기는 사람이고 싶다.
-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다.
- 매일 하루 전, 그날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고 감사하며 잠에 든다. 일상 모두가 무척 소중하다.
- 치매가 완치된다면 고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치매 또한 그리 나쁘진 않구나, 느끼고 있다.
- 물론 실수할 때도 많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하게 된 건 아니다. 호기심,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도전해나가고 싶다.
- 내가 41세에 진단받고, 느꼈던 불안과 외로움과 분노 등을 우리 세 아들이 혹시나 41세 때 진단받을 때는 느끼지 않길 바라며 지금의 활동을 하고 있다.
- 일본인지증본인워킹 그룹 JDWG: 피어서포트에 도전하며, 후생노동성과 함께함. 2023년 인지증기본법에도 참여함.


참고사항

청양군, 융합형 복지 모델 '고령자복지주택' 선진 사례 부각 < 사회 < 충남 < 전국 < 기사본문 - 국제뉴스

[노년반격] '청춘쌀롱' 음악, 문화, 놀이가 있는 시니어 커뮤니티 < 스마트시니어 < 시니어커뮤니티 < 기사본문 - 이모작뉴스

나우 블로그 https://blog.naver.com/now_eisai

마음은콩밭 협동조합 블로그 https://blog.naver.com/kkongb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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