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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현 Sep 01. 2020

19개의 예술 세계,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을유문화사

2020.07.30

532p

23,000원


에디터 윤혜정이 19명의 예술가들을 인터뷰했다.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은 모두 자신들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들이기 때문에, 이 책은 19개의 세계로 들어가는 가이드북 같은 것이다.


저자는 19개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소개한다. 그건 예술가에 대한 진지한 애정의 바탕에서, 또 예술가들에게서 한 발짝 정도는 떨어진 시점에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객관성을 더한 결과다. 한 명의 예술가를 다룬 챕터를 읽고 나면 책을 덮은 채로, 세계의 일부분이지만 정수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을 찾아보느라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역시 그 모든 예술가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좋은 가이드 덕분일 것이다. 아래 가장 인상깊은 예술가 2명을 소개한다.





내가 책을 통해 만난 사적인 예술가 첫 번째는 제니 홀저이다. '한없이 아름답고 한없이 정치적인 아티스트'. 인스타그램을 참조. https://www.instagram.com/jennyholzerstudio/ 

아래 책 일부를 발췌했다. 


- 왜 희망보다 절망을 이야기하고자 하나요?

"있는 그대로의 실제 세계란 객관적 사실만 뜻하는 게 아니라 이에 대한 우리 의식까지 포함된 거예요. 절망적인 것들은 관심을 요합니다. 사랑스러운 것들은 축하를 필요로 하죠. 골라야 한다면 행복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끔찍한 걸 택하겠어요. 그게 나예요."


- 작업 방식과 메시지가 예술가라는 인종의 역할을 규정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내 작업이 나의 장점을 표현하기를 바라요. 살인해서는 안 되고, 기만적이어서는 안 되며,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외에 예술가가 어떠해야 한다는 주장은 결코 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책을 통해 만난 사적인 예술가 두 번째는 아니 에르노다. 나는 오래전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고, (아마 <부끄러움>이었던 것 같다) 정말 멋진 소설가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그녀가 자신은 허구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고, 때문에 자신의 글이 소설이 아니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아니 에르노를 완전히 다시 발견하게 됐고, 아니 에르노의 많은 책을 읽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 무엇보다 자신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응시하는 그 용기에 탐복하곤 했습니다. 동시에 용기를 뛰어넘는 강력한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도요. 과연 그게 무엇일까요?

"책을 끝까지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용기가 필요하지만, 이 용기는 분명 글쓰기에서 느끼는 필요성에서 출발해요. 그것을 쓰지 않고는 평화롭게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 오는 절실한 필요성. 진심으로, 당신이 멀리 있기에 감히 말합니다. 나는 사랑과 질투가 섞인 고통에 관해 쓴다고."


- 당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 있습니까? 얼어붙은 여자를 쓴 후에는 이혼을 했죠. 당신의 부모님이 한 여자와 남자의 자리를 읽었다면 고통스러웠을 것 같아요. 작가로서의 죄책감은 없었나요?

"얼어붙은 여자는 나의 자유를 다시 찾고 이혼을 하기 위해 썼다고 생각해요. 그렇게가 아니고서는 감히 할 수 없는 것들이었어요. 책 덕분에 이혼이 수월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그리고 어머니도 내 책을 읽으셨어요. 물론 처음 세 작품만. 그리고 사실 나는 내가 데뷔작인 빈 장롱으로 이미 그녀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을 인정해요. 그러나 다시 해야 한다면 나는 또 그렇게 할 겁니다."


-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단 한마디만 전한다면요?

"아무에게도 복종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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