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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현 Aug 30. 2020

1959년 캔자스의 살인 속으로, <인 콜드 블러드>

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카포티

시공사

536p

2013.06.24

14,800원



트루먼 카포티의 역작. 

논픽션 소설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이상한 설명이긴 하다.


1959년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가족 살인사건을 6년간 취재하여 쓴 책이다. 

살해당한 일가족과 범인들의 시점이 교차하여 나오고, 

이 사건과 관련된 마을 주민, 친구들, 수사관, 가족들 등 정말 방대한 분량의 사람과 증언들을 채집해 서술했다. 

사진 한 장 없이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묘사와 서술, 대화, 기록만으로 채워가고 

정보전달과 서스펜스와 통찰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참으로 멋지고 시원하다.


논픽션 소설이라는 말이 붙은 것은 카포티가 소설의 서술방법으로 이 책을 썼기 때문이다. 

레코더 등 기록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기억력만으로 책을 완성했다고. 

이 책을 쓰는 트루먼 카포티를 주인공으로 한 <카포티>라는 영화가 2005년에 나왔는데,

이 영화에서 카포티는 범인 중 한 명인 페리에게 강한 애정을 가지고 그를 사랑하면서도 이용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실제로도 책의 상당 부분이 두 명의 범인 딕, 페리 중 페리에게 집중되어 있는데 카포티가 실제로 동성애자이고 페리의 불안정하지만 예술적인 성향에 상당히 동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몇몇 부분의 서술이 실제 사실관계와 다른 점, 

범죄자 페리 중심의 서술 등 작품의 객관성에 대한 논란거리가 있음에도 

치밀한 묘사를 통해 1959년의 미국 캔자스로 독자들을 보내버리고, 

그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책의 매력이 대단하다. 

특히 네 명의 가족을 살해한 범죄자들의 심리, 가정환경, 행동들에 대해 보다 보면

과연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콜럼바인 총격사건을 다룬 책 <콜럼바인>을 많이 떠올렸다.

행동력이 있고 잔인하며, 죄책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 리더 격의 인물과 

불안정하고 우울 성향의 사람이 만들어내는 시한폭탄 같은 조합에 대해서. 

그들이 범죄에 빠지게 된 책임은 개인과 사회가 얼마씩 분담해야 하는가. 


추가 1. 소설가 김영하가 미디어를 통해 여러 번 이 책을 추천했다.

추가 2. 인 콜드 블러드는 당연히 범인인 딕과 페리를 가리킨 말이었지만 카포티 본인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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