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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현 Sep 06. 2020

떠나 보내는 일들, <할머니가 떠난 2층 3호실에서>

할머니가 떠난 2층 3호실에서

큰손녀

2020년 7월 24일

133p

10,000원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시골 집에 도착해 문을 연 순간 엄마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방에는 할머니의 사진액자가 놓여있고 할아버지는 먼 곳을 보고 있었다. 고모가 와서 엄마를 붙잡고 같이 울었다. 다음날 나는 할머니의 사진을 들고 비가 와 질척이는 산길을 앞장서 걸었다. 내 뒤에는 상여가 따랐다. 그건 슬픔과는 조금 달랐다. 낯설고 기묘한 감정이었다.


이 책의 작가님은 30대에 할머니의 죽음을 겪었다.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30대에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을 대접하고, 다른 가족들을 위로하고, 어린 동생들을 다독일 책임. 그러니까 살다보면 자연스레 그런 책임이 생긴다. '30대가 되면 웬만한 다 아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는 말처럼 그런 책임은 늘 버거운 일이다. 온전히 슬퍼할 시간은 거의 없다.


아직도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장례식장에 가는 거다. 무슨 표정으로 어떤 말을 하며 어떻게 앉아있어야할지 모르겠어서. 죽음과는 되도록 멀리 있고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이 책을 보면서 같이 슬퍼하는 일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투명하게 화를 내고, 슬퍼하고, 부족한 대로 할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작가님을 보면서, 그러니까 그거면 됐다 싶었다.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능숙한 사람은 없으니까, 힘껏 무언가를 하면 된다.


* 오랜만에 영화 <치즈와 구더기> 생각이 나서 꺼내보았다. 엄마를 떠나보내는 딸이 촬영하고 만든 일본의 다큐멘터리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7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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