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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현 Sep 13. 2020

"완전히 나쁜 사람이 되기엔 착해빠진 사람들"

독립출판물 <진동하는 것들> 서평

안녕하세요.

독립출판 소설집 <진동하는 것들>의 서평을 공유합니다.

서평의 문장들이 저도 미처 알지 못했던 책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완전히 나쁜 사람이 되기엔 착해빠진 사람들" 이라는 멋진 제목을 붙여주셨습니다.


인디펍 카페의 율무님께서 남겨주셨습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comidp/3300




아래는 서평 중 일부를 인용하였습니다.


대체로 무심하게, 조금은 냉소적으로 살아가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는 말랑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렇기에 완전히 차가워지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따뜻해지기도 어려운 그들은 결국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적당히 나쁜 우리들. 완전히 나쁜 사람이 되기엔 너무도 착해빠진 사람들. 적당한 사람들에게 세상은 언제나 후회로 가득하다.


<진동하는 것들>은 4편의 짧은 소설이 담겨있다. 모두 조금씩 아프고, 후회하고, 그만큼 또 성장한다.


자꾸 철도 위를 달리고 있는 기차가 떠올랐고,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가족석에 앉아 있는 엄마를 생각했고,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을 보내고는
또 후회만 남겼다는 게 나를 서글프게 했다.


도와줄까 싶다가도 조금 더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마음과 그만큼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무심함에 그들은 상황을, 상대를 지나친다. 그러나 그 순간은 결국 무거운 마음의 짐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여전히 그들은 후회한다. 후회는 그 어떤 감정보다 진하게 남아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히는 법이다. 모두들 그것을 알지만 여전히 그 감정 없이 살기란 어렵기만 하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해야 한다. 어떤 말과 행동을 할지, 아니면 하지 않을지. 애매한 우리의 나쁨은 삐끗, 상처를 주고 그만큼 애매한 우리의 착함은 그에 대해 스스로에게 후회라는 감정으로 벌을 준다. 아마 영원히 우리는 후회를 하면서 살아가겠지. 그리고 그 후회만큼, 흔들린 그 진동만큼 우리는 성장할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그 시절을 봉할만한
적당한 용기를 찾았다.
용기는 그릇이기도 하고
씩씩하고 굳세며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기도 하다.
밀폐되지 않은 용기 덕분에 시절은 이제
천천히 썩어갈 것이다.

책의 첫 장에 작가는 이 말을 써두었다. 우리는 흔히 성장을 '익어간다'라는 말에 빗대어 표현한다. 그렇기에 '천천히 썩어간다'라는 표현에 절로 눈이 갔다. 윤진화 시인의 '안부'라는 시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장이 등장한다.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익어가는 것 대신 썩어간다는 것, 자라나는 것 대신 늙어가고 지는 편이 되어 간다는 것, 결국 삶이란 저물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다 익고 나면 서서히 썩어갈 것이다. 썩고 나면 그것은 무언가의 자양분이 되어주기에 잘 익는 것 만큼이나 잘 썩는 것도 중요하다. 내 마음이 너무 밝은 면만 바라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내 안에 곪아있는 상처들을 나는 잘 열어봐주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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