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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맛아재 May 15. 2020

병맛이 그리워질 때

공부 참 안 하던 고등학교 시절이 있었다. 당시 채널[V]에서 하루 온종일 뮤직비디오만 틀어줬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SES가 나오면 열일 제쳐두고 TV 앞으로 돌격했다. "그들은 나만의 요정이야" 라며 꼴값을 떨었다.

다른 친구들은 인원수가 더 많은 핑클이 선택지가 좋다며 빨리 갈아타라고 했지만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인 유진을 놔두고 그럴 순 없었다. 그 정도로 그녀들은 나의 학창 시절 저조한 성적에 관여를 한 중요한 인물들이었다. 그런 그녀들이었는데 해체를 한단다. 그래 나는 이제 소녀시대로 갈란다 하며 손절을 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SES의 바다가 솔로 선언을 하고 방송에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했던 바다는 SES의 바다였지 솔로가 아녔을 정도로 음악이 마음에 안 들었다. 내 귀가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드라마에 나오는 유진을 바라보며 그땐 그랬지를 연발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노래가 들렸다.


암 쏘 매~~~~~~~~~~~~~~~~~~~


뭐야 이 신박한 병맛 같은 노래는?????

그렇다. 바다의 솔로곡 MAD 였다. 처음엔 실망이었다. 이럴 노래를 부를 바다가 아닌데. 바다도 이제 대중적인 방향으로 선회를 했나 보다 하고 들었는데. 들을 때마다 미치는 거였다. 

길을 걸어갈 때도 암쏘매, 침대에 누웠는데도 암쏘매. 암쏘매 암쏘매 암쏘매.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지워지질 않았다. 분명 이 작품성 없는 노래는 뭐야 라고 했던 나였는데 코에서 계속 흥얼거린다. MAD 이전의 바다 솔로곡은 1개도 기억이 안 났지만 암쏘매는 정말 카페인 같은 노래였고 지금도 내 플레이 리스트에 있을 정도로 기분 우울할 때 들으면 힘이 난다.

회사 동료들과 노래방을 갈 때도 여자 동료가 있을 때면 MAD 한번 불러달라고 맥주 한 캔 조공을 할 정도로.

바다가 MAD라는 노래로 나의 마음을 움직일지는 몰랐다. 한번 들어보시라. 이게 얼마나 중독되는지.


어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처음 글을 발행했다. 정말 글이라고 봐주기엔 부족함이 많아 보였고 조회수도 근근이 1회씩 올라가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 아침 조회수 1천 회가 넘었다는 알람이 왔다.

뭐지? 이 병맛 같은????? 몰카인가? 해킹인가?

알고 봤더니 포털 사이트 다음과 브런치 메인에 의미 없이 올린 햄버거 사진이 떡하니 있고 내가 정성 들여 적었던 첫 글의 제목이 있었다. 놀랍기도 했고 창피하기도 했고 브런치 담당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잘 썼다기 보단 이번에 메인 한 번 올려줬으니까 앞으로 똑바로 잘 써라 라고 무언의 협박일 수도 있겠다.

고맙다. 내 글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이게 노출도 시켜주고 라이킷도 받아보고 벌써 구독을 해주시는 분이 몇 분 생겼다.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생겨 버렸다.

분명 그분들은 병맛을 좋아하셨을 거다. 그렇다. 난 앞으로 병맛으로 쭈욱 이어 가려고 한다.

이런 곳에 나 같은 사람들도 있어야 다른 작가님들의 글도 빛을 발할 수 있으니 난 내 위치에서 열심히

암쏘매 정신으로 브런치에 날 노출시키겠다.   


암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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