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가입 1주년 : 어느덧 100번째
'처음이라 그래 몇 번 쓰다 보면 괜찮아져'라는 생각으로 쓰다 보니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길고 짧은 글들을 꾸준히 기록한 결과, 어쩌다 보니 100번째에 이르게 되었다. 1년 전에 브런치에 가입하고, 글쓰기라는 취미를 가지면서 다짐했던 초심은 '꾸준함'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일주일에 하나씩은 꼭 쓰자'라는 마음이었고, 초심은 나름대로 잘 지켜졌다.
지금 나는, 서투른 솜씨로 끄적대며 느꼈던 지난 1년간의 마음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물론 글을 쓴다는 것이 매번 재밌는 일만은 아니다. 사실 매우 귀찮고 수고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글을 쓰기 위한 아이디어가 항상 쌓여있는 것도 아니며, 좋은 생각이 떠올라도 글로 옮겨지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평일에 시간이 잘 안 나서 주말이나 휴일에 쓰곤 하는데, 그마저도 쉬는 날에 외부 일정이 있다면 그 글이 다음 주로 넘어가게 된다. 직장 생활하면서 글을 위한 짬을 내기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어렵게 짬을 내어 쓰게 되더라도, 그 작업이 결코 녹록지 않더라.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조합하고, 문단을 배열하고 하는 과정이 경험 없는 사람에게는 꽤나 힘든 일이었다. 또 혹여나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폐가 되지나 않을까 적절한 수위와 표현방식을 고민하는 것도 일이었다. 꼬박 몇 시간씩 앉아서 작업하는 일도 집중력이 부족한 내게는 참 고된 일이었다. 나는 긴 글을 쓰는 중간중간 짧은 글들을 기록함으로써,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그때그때 핸드폰으로 옮기며 초심을 잘 이어갈 수 있었다.
이토록 수고스러운 글쓰기의 재미란 무엇일까. 이 재미란 유흥이나 쾌락의 의미는 아니다. 나에게 글쓰기의 재미란 '자기만족'이다. 소박하고 볼 품은 없어도 그래도 내 손으로 무언가 '창작'을 했다는 민망한 뿌듯함. 그 뿌듯함이 삶의 동력이 되고 기쁨이 된다. 인생을 단순히 소비하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는 내 나름의 정서적 안정감. 안정감은 삶을 좀 더 여유롭고 다양하게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글쓰기의 작업은 때론 정신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보다 더한 정신적 위로를 선물해준다.
브런치의 장점은 내가 쓴 글을 나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과 서로 '공유' 한다는 것에 있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보이고, 나 또한 그들의 글을 본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잘 모르겠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나의 글이 그들에게 보이고, 그들의 글이 나에게 보이는지. 또 어떤 글들이 메인 화면에 노출되는지. 뭐,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 누가 보던 말던 난 어찌 됐든 나의 글을 쓰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다. 몇 시간씩 고민하며 쓴 글이 생각보다 조회수가 낮아 실망하기도 하고, 가볍게 툭 올린 글이 조회수가 높아 깜짝 놀라기도 한다. 알고리즘 따위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노오력에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서로의 글을 공유한다는 순기능이 때론 역기능이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브런치를 하면 할수록 점점 관심종자가 되어가는 듯하다. 새로운 글을 올리고, 그 후 수시로 통계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내 글이 얼마나 조회가 되고, 몇 명이 공유했는지 시시때때로 체크한다. 라이킷 알림이 오면 실실 쪼개는 내 모습이 낯설다..... 가 이제는 익숙하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이러한 관심병이 지나치면 쓸데없는 우울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생각보다 조회수가 적게 나오거나, 알림이 울리지 않을 때 괜히 슬퍼진다. ' 난 역시 글쓰기에 소질이 없나 봐 '라는 도가 넘은 자책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의도적으로 브런치 접속을 하지 않는다. 매일같이 들어가는 브런치를 며칠간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그게 잘 안된다. 내 글이 누군가의 반응 (라이킷, 공유, 구독)을 불러온다는 것은 자기만족을 넘어선 또 다른 글쓰기의 기쁨인 것이다. 이는 곧 삶의 기쁨이다. 내 글의 반응이 하나하나 일어날 때마다 '인정 욕구'라는 원초적인 욕망이 충족되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관심종자를 자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끝끝내 미스터리는 안 풀릴지도 모른다. 더 많은 사람에게 관심받고 싶은 나의 병도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1년여 동안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보았다. 직업들도 다양했고, 사는 곳도 다 달랐고, 관심사나 전문분야도 다 달랐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한 느낌의 글들을 브런치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 신분의 작가님들도 있었고,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미 몇 권의 책을 낸 출간 작가분들. 여러 곳에 강연을 다니는 작가님들. 공모전에 수차례 입상한 수상경력의 작가님들. 이미 기성작가 이신 분들도 있었지만, 브런치를 통해서 출간을 하고, 강연을 하게 된 분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나는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나도 책을 내고, 강연을 다니고, 공모전에 입상하고 그런 일이 이루어질까. 물론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언감생심인 줄 알지만, 그래도 꿈은 꿔본다. 또한 그런 작은 희망이 나로 하여금 계속 글을 쓰게 한다. 헛된 욕심일 수도 있다. 아니 일수도 있는 게 아니라 헛된 것이 맞다. 여기 브런치뿐만 아니라, 전국에 글 쓰는 사람이 수천수만 명은 될 텐데 그중에 내 이름이 알려지기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스스로 되묻게 되는 것이다. '글쓰기가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희망을 품는 게 과연 맞기나 한 걸까.
하지만 희망이 희망에만 그친다 한들 뭐 어떠랴. 희망은 희망 그 자체로 값지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희망이란 그렇다. 모든 사람이 비웃는 헛된 희망이어도, 그 희망 때문에 마음과 행동이 변하고 그로 인해 조금이나마 삶의 의미가 늘어난다면 이 얼마나 값진 일이 아니겠는가. 나에겐 글쓰기가 그런 일이다. 자기만족과 헛된 희망을 담보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 또 어찌 알겠는가. 삶의 의미를 찾다 삶이 극적으로 바뀔지.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니, 나는 이 일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올리는 글이 미약하고 비루함에도 올릴 때마다 매번 라이킷을 눌러주는 소수의 몇몇 작가분들이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33명의 구독자분들에게도 감사하다. 적은 숫자이지만 나에게는 바다의 모래와도 같은 숫자다. 페이스북에서 내 글을 보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도 감사하다. 그대들의 좋아요 가 이 낮은 자를 심히 높은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글을 쓰게 하는 마음과,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글을 가능케 하는 건강한 신체와, 글이 되는 내 주변의 모든 것들. 이 모든 것을 주심에 감사하다. 그리고, 훗날의 나에게 감사하다. 그는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쓰고 남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