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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Sep 21. 2019

<타짜: 원 아이드 잭>

지울 수 없는 맏형의 그늘

 최근에 인터넷과 SNS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밈(meme) 은 누가 뭐래도 '곽철용' 일 것이다. 타짜 1편에서 주인공이 끝판왕으로 가기 위해 만나는 중간보스쯤으로 등장했던 곽철용이라는 캐릭터가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야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재미난 일이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가 원작인 타짜 시리즈. 그중 2006년에 개봉한 타짜 1편은 최동훈 감독의 손을 거쳐 한국영화의 명작 반열에 오르게 된다. 많은 영화팬들 특히 남성 영화팬들은 타짜 1편을 본인의 인생영화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개봉한 이후로 수많은 패러디물과 짤방들을 탄생시켰고 연예인들의 성대모사 주재료로 사용되어왔다. 타짜 1편에 대한 영화팬들의 애정이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타고 흐르고 흘러서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동안 고니와 아귀, 평경장, 정마담, 고광렬 등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정은 많이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곽철용' 이라니. '곽철용' 이 화제가 된 시점과 타짜 3편의 개봉 시기가 비슷하다는 것은 우연치고는 참 신기한 일이다. 


'곽철용' 이 화제가 되면서 최근에 다시 타짜 1편에 대한 재조명과 그리고 새로 나온 타짜 3에 대한 실망감이 공존하고 있다. 

진짜. 정말. 과연. 형만 한 아우는 없는 것일까.



대박을 친 영화의 속편은 속편이라는 그 자체가 상당한 핸디캡이 아닐 수 없다. 흔히 '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속설마저도 차츰 무너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이유로 속편에 면죄부를 주는 관객들은 없다. 할리우드는 이러한 속설 따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1편보다 뛰어난 속편들이 매년마다 나오고 있다. 미국의 영화산업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이건 단지 자본과 기술력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타짜 1편이 개봉하고, 8년이 지난 2014년에서야 타짜 2편이 개봉했다. 1편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으로 영화를 봤던 관객들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영화팬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타짜 2편은 1편과는 성격이 아주 다른 영화다. 1편이 촘촘한 누아르 라면 2편은 대놓고 오락성을 지향하는 영화다. 당연히 1편의 느낌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2편이 실망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1편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욕먹을 정도로 못 만든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번에 개봉한 타짜 3편에 비하면 말이다.


그렇다. 타짜 3편은 타짜 1편은 물론이거니와 2편까지 재평가받게 하는 신기한 힘을 가진 영화였던 것이다. 




1편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타짜 3편은 많은 부분에서 1편의 수법을 따라 하려 애쓴다. 카메라 워킹이나 구도. 음악. 캐릭터. 중간중간에 숫자와 인물이 표기되는 자막의 그 글씨체까지 너무 대놓고 흉내를 내니 민망할 지경이다. 따라 하기라도 잘했으면 모르겠는데 그마저도 어설프다. 겉모습만 따라 하려다 정작 이 타짜라는 시리즈의 오리지널리티를 잃어버리고 마는데, 도박판에서 벌어지는 승부를 보여주기보다는 팀플레이 기반의 사기극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오히려 케이퍼 무비에 가까운 느낌을 주고 있다. 


우리가 보고 싶었던 건 <타짜> 였지 <나우 유 씨미>가 아니었다. 고니와 아귀의 대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함대길과 장동식의 대결 정도만 보여줬더라도 아주 관대하게 이 영화를 바라봤을 것이다. 내가 포커의 룰을 잘 몰라서 재미없게 느껴지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타짜 1편을 재밌게 본 사람들이 다 섯다의 룰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일까.


배우들의 연기도 평균 이하이고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캐스팅과 배역이다. 주연배우와 조연배우 간의 연기력 차이가 커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이입이 전혀 안된다는 것도 치명적 단점이다. 주연배우 박정민 외에는 호구 역할을 맡은 우현 정도만 이 영화의 기여를 하고 있을 뿐이다. 오랜만에 복귀한 류승범도 존재가 없는 건 마찬가지. 아니 이 부분은 존재감 없게 연출한 연출자의 탓이 크다. 그래도 박정민은 역시 믿음직하다. 이제 당당히 타이틀롤을 맡아도 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 이것이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유일한 정신승리다. 



제작자와 연출자는 이 타짜라는 시리즈를 어떻게 생각했던 것일까. 도박이 주는 그 특유의 긴장감과 치열한 승부의 세계 (1편) 도 없고, 상업영화만의 미덕과 오락성 (2편) 도 없고, 제작사 안에 배신자가 있다. 이게 내 결론이다. 아 투자자들은 그런 거 잘 모르시지.




잘난 형을 둔 동생은 늘 괴롭다. 동생에게는 형의 존재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그래도 신경 쓰지 말고 자기만의 길을 가면 된다. 괜히 잘난 형 따라 하려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될 바에야 자기만의 방법으로 살다 보면 언젠간 빛을 보는 날도 올 것이다. 혹시 또 아는가 그렇게 살다가 형보다 더 성공할 수도. 


타짜의 만화 원작은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3편까지 나온 시점에서 만약 4편도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맏형만큼이나 멋진 모습으로 나와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ps: 생각보다 고어한 장면이 많으니 관람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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