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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Oct 10. 2020

<하나 그리고 둘>

인생이라는 최고의 서사

인생이란 무엇일까. 누군가 인생에 대해 물어본다면 답이 없거나 혹은 답이 너무 많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크고도 넓은 인생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고민한 흔적은 인류에게 '문화'라는 소중한 자산을 남겼다. 인생을 노래한 수많은 작품들. 촌철살인의 명언들. 때로는 위로가 되고 어떤 때는 용기가 되었다. 삶의 모양새는 각기 달라도 '사람의 인생'이라는 큰 틀 안에서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사유가 있었다. 영화에도 그런 영화들이 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 은 인생이라는 우문에 현답과도 같은 영화다. 타이베이에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네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그가 즐겨 쓰는 도시와 도시인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그리고 있다. 기뻐하고(喜), 분노하고(怒), 슬퍼하고(哀), 즐거워하고(樂).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감정을 세부적으로 나누면 더 많겠지만, 대부분은 이 네 가지 안에 다 들어간다. <하나 그리고 둘> 은 이것을 노래하는 영화다. <하나 그리고 둘> 은 무심한 듯 가족의 일상을 비추지만, 일상에 녹여낸 통찰과 사유는 놀랍도록 뛰어나다.


결혼식에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나는 영화의 서사가 인상적이다. 누군가의 출발에서 누군가의 끝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작은 요란하고 떠들썩했지만, 마지막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우리의 인생과 참 많이 닮아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하나 그리고 둘>에서 도시의 권태, 개인의 고독을 뛰어넘어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그의 유작이 된 이 작품은 2000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현재까지도 대만 영화 중 최고작으로 평가받는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결코 지루하지 않으며, 그 어느 하나 버릴 장면이 없다.

영화에서 나오는 가족의 구성원은 5명이다. 가장이자 아버지 NJ, NJ의 부인이자 엄마 민민, 큰 딸 팅팅, 막내아들 양양, 집안의 큰 어른인 할머니(민민의 어머니). 민민의 동생인 아디까지 이 6명의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펼치고 있다. 누구에게도 쏠리지 않는 무게중심이 이 영화의 백미다. 각 인물들의 스토리를 공평하고도 진심 있게 담아냈다. 때문에 영화는 희로애락을 포함한 인생의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었다. 그 감정들은 마지막 장례식 장면에서 은밀하게 폭발한다.


가족들의 이야기는 따로, 그러나 같이 진행을 한다. 예를 들면 NJ가 첫사랑과 재회 후 데이트하는 장면에서 팅팅과 양양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는데, 서로 다른 플롯이 만나 하나의 완전한 플롯이 되면서 놀라운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하나로 모여서 또 다른 이야기가 창조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란 서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인생에서는 주인공이지만,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훌륭한 조연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건 결코 의도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결혼식과 장례식. 시작과 끝.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 <하나 그리고 둘> 은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겪는 여러 가지의 충돌은 결국 다 이어지는 하나의 순환이라고 말해준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 양양의 대사를 통해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은근슬쩍 말하고 있다.


대사. <하나 그리고 둘> 은 인생의 진리를 통찰하는 명언과도 같은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이 영화가 빛나는 이유 중에는 인물들의 대사도 있다. 그중 몇 가지를 골라 보았다. 이 명대사들로 <하나 그리고 둘>에 대한 리뷰를 갈음하려고 한다.


 "아빠, 난 아빠가 보는 걸 못 보지만 아빤 내가 보는 걸 못 보잖아요. 아빠가 보는 걸 어떻게 내가 볼 수 있죠? 진실의 반을 볼 수 없을까요? 앞에서만 볼 수 있지, 뒤에 서면 못 보잖아요. 그러니, 진실의 반만 보는 거죠."

"왜 우린 처음이란 걸 두려워할까요? 인생에 있어서 하루하루가 모두 처음인데. 매일 아침이 새롭죠. 우린 결코 같은 하루를 두 번 살 순 없어요. 우린 절대 매일 아침 깨어나는 걸 두려워하는 법이 없죠"

 "인생이 슬픔과 행복의 혼합이잖아. 영화는 인생과 같아.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는 거야. 삼촌은 ‘우린 영화가 발명된 이후로 삶을 세 번 산다’고 하셨어. 영화가 두 번의 삶을 준다는 뜻이야."


"내가 깨달은 건 삶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는 거야. 전에는 왜 복잡해 보였는지"

"내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똑같을 거 같아. 되풀이할 필요는 없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데, 어떻게 행복하겠어"

"남이 모르는 일을 알려주고, 못 보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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