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의 미학

by 박상환

나는 가끔 집에 올 때 일부러 먼 길을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지하철이면 30분 만에 올 거리를 일부러 버스를 타고 1시간에 걸쳐서 집에 오는 일이 있다. 내가 일부러 시간을 들여 버스를 타는 이유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버스 창밖의 풍경을 보며 공상에 빠지고, 사색에 잠기는 일 따위 때문이다. 그러한 시간들을 통해 내 영혼과 정서에 기름칠을 해주기 위함이다. 지하철을 타면 그런 시간들을 가지기가 영 쉽지가 않다. 내가 '가끔 그런 때가 있노라' 얘기하면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뭐하러 그런 쓸데없고 불필요한 일을 하는지 의아해한다. 그들은 집에 일찍 가서 쉬고, 쉬면서 재충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사실 그 말이 맞다. 굳이 시간과 체력을 들여 먼 길을 돌아오는 일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내게 핀잔을 주는 이들도 '본인만의 비효율'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인간의 삶이란 게 항상 효율성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몇 시간씩 대중교통을 타고 시와 도의 경계를 건너는 일이 가끔 있다. 연애할 때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꼭 그렇지 않은 관계의 사람이어도 누군가 만나고 싶다면 먼 곳까지 찾아가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반갑게 만났지만, 그마저도 지하철 시간 때문에 얼마 못 있다가 헤어지는 경우도 많다. 정말 비효율적이다. 연애하는 사이도 아니고, 그 사람이 돈이나 무언가를 주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곳까지 발걸음을 하는 일. 그래도 보고 싶었던 그 사람이 와줘서 고맙다며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주니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잠깐 동안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육체적으로는 피곤하지만, 영혼과 마음만은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다.


유명한 맛집에는 항상 줄이 길게 서있다.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1시간 가까이, 더러는 몇 시간씩 걸리는 일도 있다. 심지어 사람들은 제주도의 유명한 돈가스집을 가기 위해 텐트를 치며 노숙을 하기도 한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한정판 신제품을 얻기 위해 줄을 서는 일도 있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 얻어내는 결과물들도 있다. 이렇게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했는데 결과물들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이건 여지없이 비효율 적인 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효율이 무조건 쓸모없는 것만은 아니다. 비효율적인 일들에는 아주 값진 가치들이 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들 말이다.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 사랑과 설렘, 기대감, 열정. 우리가 느끼는 이런 감정들을 온전히 표현하고 실천하기 위해서 때로는 '효율성을 배반' 하는 일도 필요하다. 결과와 상관없이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일. 이건 오로지 비효율적인 일에서만 가능하다. 비효율적인 일에는 사람이 있고, 우린 사람이기 때문에 기꺼이 그런 일들을 해내는 것이다.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세상 곳곳에서 효율성에 대해 얘기하지만, 막상 우리네 인생에 있어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일은 많지 않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이 많다. 그렇다고 해도, 결과가 좋지 않아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해도 결코 쓸모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인생이란 효율적인 일만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비효율적인 일의 아름다움을 잊어선 안 되는 것이다. 지하철역 기준으로 나와 반대편에 있는 그리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피곤한 몸을 열차에 싣는 일. 잠깐 동안 눈을 맞추고 체온을 나누는 일. 그 온기로 돌아오는 길이 배부르게 느껴지는 일. 인생의 아름다움이란 그런 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효율성만을 고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비효율적인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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