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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Nov 07. 2019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노병은 죽지 않는다.

 "I'll be back"


100년이 넘는 영화 역사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힐 명대사를 남겼던 터미네이터. 그는 약속대로 잊을만하면 우리에게 돌아오곤 했었다. 하지만 그의 복귀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특히 2015년 개봉했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이제 터미네이터는 여기까지가 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기어코 또 돌아오고야 말았다.




 

 1991년에 나온 <터미네이터 심판의 날> 은 시대를 앞서갔던 특수효과와 강렬한 액션 시퀀스로 sf 액션 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인 흥행은 물론이거니와 이후에 나올 sf 액션 영화들의 롤모델이 되기도 하였다. 이후 <터미네이터 3>와 <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여러 속편이 나왔지만 그 어느 하나도 영화팬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이 보기 힘들었던 것일까. 터미네이터 세계관을 창조하고 시리즈 1, 2편의 감독을 맡았던 제임스 카메론이 오랜만에 이 시리즈의 제작에 참여를 했다. 또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시작과 끝 '사라 코너' 린다 해밀턴도 돌아왔다. 물론 아놀드 슈워제네거도 함께 이 시리즈의 구원투수로 나서게 됐다.



사라 코너: 린다 해밀턴 64세. T-800: 아놀드 슈월제네거 73세. 이 두 노년의 배우들이 다른 영화도 아닌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활약하는 것은 영화를 보기 전까진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두 배우는 그 어려운 걸 해내고야 만다. 물론 여러 보이지 않는 기술력의 힘을 빌렸겠지만 노장이 보여주는 헌신은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한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흥분이 되는 순간은 다름 아닌 이 두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 이 두 배우는 그저 과거의 명성에 무임승차하지 않는다. 후배들 못지않은 몸놀림으로 밀도 있는 액션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시리즈의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일깨워 주고 있다. <터미네이터 심판의 날>에 대한 오마주가 영화 곳곳에서 나오는데 이러한 향수가 사라 코너를 통해 충실히 재현되고 있다.


 



사라 코너를 복귀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이 영화는 그동안 전개되었던 스토리 라인을 '통편집' 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새로운 미래, 새로운 기계종족, 새로운 저항군. 제임스 카메론은 새로운 터미네이터 사가는 3부작이 될 거라고 말했다.


 스토리 라인을 새롭게 재편성하다 보니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도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자랑하는 완성도 높은 액션은 근래 나온 영화 중에서도 단연 최고 수준이고, 무엇보다 노장 배우들의 활약은 여전히 이 시리즈에 지지를 보내게 만든다.


새로운 이야기는 요즘의 할리우드 기조를 반영한 듯하다. 여성이 서사의 중심이 되는 구조는 최근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각 영화마다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이 영화는 무리한 'PC化'를 감행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차피 이 시리즈는 사라 코너의 이야기니 아닌가. 새로운 여성이 서사의 중심이 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겠다. 하지만 존 코너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새로운 이야기는 다소 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이 부분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 터미네이터는 아무리 죽이려 해도 웬만해선 죽지를 않는다. 죽은 줄 알았던 이 시리즈도 죽지 않고 돌아왔다. 이제는 터미네이터가 아닌 사라 코너가 얘기하고 있다. 'I'll be back'이라고.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는 모르겠다. 물론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시 돌아올 때는 그냥 예전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기 바란다. 노병은 죽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사라질 테고 이제는 새로운 세대가 (존&사라) 코너의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



ps: 쿠키영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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