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동정이 아닌 진짜 위로
코다(CODA)란 Chidren Of Deaf Adult의 줄임말로 농인(청각장애)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농인 부모의 자녀를 모두 아우르는 말이지만 대부분은 농인 부모와 달리 청인(비 청각장애) 자녀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영화 <코다>는 가족들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다. 2021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며, 2014년에 나온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루비(에밀리아 존스)는 가족들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녀의 가족은 생계를 위해 매일마다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다. 루비는 매일 새벽 아버지와 오빠와 같이 배에 올라탄다. 배안에서 육지와의 신호를 주고받거나, 잡아온 고기를 경매장에 넘기고 흥정하는 일은 모두 루비의 몫이다. 이런 가족 안에서의 루비의 역할은 영화 속에서 수차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도입과 시작되는 오프닝 장면만으로도 루비가 얼마나 이 가정에서 중요하고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의 절대적인 의지가 되고 있는 루비도 평범한 10대 소녀다. 가족과 세상을 이어주는 소통의 창구인 그녀지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코다>에서 그리는 루비의 소통의 창구는 노래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한 번도 자신 있게 불러본 적이 없는 루비는 짝사랑하는 소년과 합창단 지도 선생님으로 인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재능을 펼치기 위해 중대한 갈림길에 놓이게 되고, 어린 소녀에게 가혹한 선택을 강요하게 만든다.
영화 <코다>는 음악, 10대, 성장, 가족, 장애의 코드를 한데 묶어 보는 이의 마음을 내내 건드린다. '장애인 가정에 사는 10대 소녀의 성장이 음악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 드라마'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코끝을 계속 간지럽힌다. 사실 영화가 감동을 주는 방식은 매우 고전적이다. 주인공 루비가 겪는 시련과 도전과 갈등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전개 방식이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가 전면에 내세우는 그 특수한 상황에 있다. 영화의 제목 '코다'는 장애인 가정에 사는 비장애인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특수성, 그러니까 장애인 가정이라는 배경을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삼지 않는다. 장애인 가정의 비참함이나 불편함을 도드라지게 부각해 쉽게 감정을 고조시키려 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도리어 어느 가족보다도 더 건강한 가정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루비와 오빠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부모와의 갈등에 대한 부분도 세세하게 조명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루비만큼이나 그의 오빠 레오(다니엘 듀런트)도 그만의 성장을 이루어 내는데 이 또한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다.
성장이라는 코드로 보자면 루비의 부모님들도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줄곧 루비에게만 의지하며 생활을 이어가던 그들도 이제 딸을 위해서 본인들 스스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할 때가 오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에 결국 가족 구성원 모두가 나름의 성장을 한 모습이 나온다. 예상되었던 결말이지만 루비의 노래와 함께 나오는 가족들의 모습이 연신 안구에 습기가 차게 만든다.
영화는 장애의 소재를 그저 눈물을 쥐어짜 내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지 않고 있으며, 영화의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는 방식으로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아마 <코다>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쩌면 영화가 보여주는 이런 태도가 그들을 진짜 위로하는 올바른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장애나 가난 질병과 같은 상황을 설정해놓고 쉽게 목적을 달성하려 했던 다른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장애인 가정이라는 소재를 제거하더라도 하나의 훌륭한 성장영화, 또는 귀호강이 가능한 음악영화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버클리 음대 오디션에서 루비가 부르는 노래는 <Both Sides Now>. 조니 미첼의 1969년 곡이다. 이 노래 후렴구의 가사가 루비와 그녀 가족의 성장과 변화를 얘기하는 것만 같다.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가사다.
I've looked at life from both sides now
From win and lose and still somehow
It's life's illusions I recall
I really don't know life at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