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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Jan 21. 2022

풍파

일생을 바람에 기대 살아온 꽃이 있다

바람이 몰아가는 대로 걸었던 이가 있다

불어오는 족족 받아들여 마침내 그 자신이 바람이 되기도 했다


맞서 싸우거나, 온몸으로 맞거나, 납작 엎드려 피하거나, 도망 다니거나

모두 바람의 파도를 피할 수 없었다


바람이 어딘가 데려다 놓으면

의심 없이 꽃을 피우고 씨를 뿌렸다

어딘지도 모르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뿌리가 꽤 깊게도 박혔다

대충이라도 알 때쯤이면 이미 뿌리밖에 남은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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