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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Jan 11. 2020

미드웨이 해전과 영화 <미드웨이>

전쟁의 향방을 바꾸다.

1942년 6월 5일에서 7일까지 태평양의 한 작은 섬과 그 바다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미드웨이 해전. 일본과 미국의 이 치열했던 전투는 세계 2차 대전의 흐름을 바꾼 아주 중요한 전투로 평가된다. 수많은 희생자와 막대한 전투 자원의 손실이 있었던 미드웨이 해전. 이 전투는 어디서부터 왜 시작되었을까.


일본의 진주만 공습

1941년 12월 7일 일본은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국의 함대를 기습 공격하였다. 이 공격으로 미국이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5척의 전함과 200여 대의 전투기가 파괴되고, 200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이로 인해 일본은 태평양 지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으며, 태평양 지역에 근접한 국가들을 빠르게 정복해 나갔다.


그동안 미국은 히틀러의 유럽 정복을 보고도 전쟁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1차 대전의 상흔이 아직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의 끈질긴 참전 요구에도 줄곧 중립을 유지했던 미국이었다. 하지만 진주만 공습을 계기로 미국은 2차 대전에 참전을 하게 된다. 막강한 물자와 산업시설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참전은 2차 대전의 흐름에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만다. 일본의 도발이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린 것이었다.


왜 하필 미드웨이일까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실제 모습과 영화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한장면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앞장서서 지휘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 그는 일본 해군의 연합함대 사령관이다. 진주만 공습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그는 태평양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함대를 전멸시켜야 한다며 2차 공격을 계속 주장하였다. 그는 해군뿐만 아니라 지상병력까지 동원하여 미 해군의 본거지인 하와이를 공격해야 한다며 일본 군부를 설득하였다. 하지만 이 주장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당시 일본 해군과 육군의 관계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더군다나 그 당시 일본 육군은 동남아시아와 중국 본토 점령에 전력을 쏟고 있었다. 이에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한발 물러나서 미드웨이 섬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한다. 미드웨이 섬을 공격하면 하와이에 있는 미 해군이 방어하러 나올 것이고 이를 유인책으로 삼아 결국 하와이를 공격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군부는 야마모토의 계획에 회의적이었다.


둘리틀 특공대의 도쿄 폭격

제임스 해롤드 둘리틀 미 항공 중령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군과 미국 국민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다. 이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국민들의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대로 가만있을 수는 없기에 일본에게 제대로 한방 먹여야겠다는 결사의 의지가 루스벨트 대통령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미군 수뇌부는 일본의 수도인 도쿄를 공격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게 된다. 그리하여 제임스 둘리틀 중령을 중심으로 한 공습 부대 '둘리틀 특공대'가 결성된다. 둘리틀 특공대는 벌건 대낮에 도쿄와 오사카를 폭격하고 중국으로 탈출하여 착륙한다. 1942년 4월 18일에 있었던 이 폭격은 일본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줌과 동시에 야마모토의 계획에 명분과 당위성을 주게 된다. 또한 수도 한복판에 폭격하여 천황이 머무는 곳까지 그 피해가 가는 등 일본이 받은 물리적 심리적 타격은 적지 않았다. 만에 하나 폭격으로 천황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됐다면 일본 군인들에게 이보다 더한 모욕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폭격 이후로 일본의 미드웨이 침공에 대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AF는 대체 어디인가

미드웨이 해전의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이 전투는 결국 미국의 승리로 끝나고 만다. 진주만 공습과 달리 미국이 일본의 공격을 미리 알고 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미리 알고 있었을까.

당시 미군은 일본 해군의 통신문을 감청하고 있었다. 1942년 5월 10일 야마모토가 발신한 통신문이 미국 함대에 감청되었다. 일본은 모든 통신문을 암호화하여 전송하였는데 이는 설령 감청되더라도 그 내용을 적들이 모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미국 함대의 암호 해독반에서는 감청한 내용을 토대로 일본의 다음 공격 타깃이 AF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AF 가 과연 어디일까. 이 AF 라는지역을 두고 다들 의견이 분분했다.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같은 지역이 거론되었다. 다들 의견이 분분하던 그때 암호해독반의 조셉 로슈포트 중령은 AF 가 미드웨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증거가 없었다. 단지 로슈포트의 추측과 직감일 뿐. 그렇다면 증거를 만들어야겠다고 로슈포트는 생각했다.


로슈포트와 암호 해독반은 소위 '낚시질'을 통하여 AF 가 미드웨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일부러 일본이 들을 수 있게끔 거짓 정보를 통신망에 흘리는 방법으로 일본의 통신을 유도한다. '미드웨이에 급수시설이 고장 나서 식수가 부족하다'라는 내용의 거짓 교신을 한다. 그로부터 이틀 뒤 일본군으로부터 'AF에 식수가 모자라다'라는 내용의 통신이 감청된다. 로슈포트의 낚시질이 성공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결국 미군은 미드웨이섬을 중심으로 총 방어태세에 들어가게 된다. 역사를 바꾼 이 결정적인 낚시질이 미국이 미드웨이 해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성공했던 것은 수천 킬로미터를 항해하는 동안 한 번도 들키지 않았던 보안과 기밀유지에 있었다. 그러나 미드웨이 공습 때에는 전투 시작 전부터 이미 그 계획이 노출되어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진주만 공습 이후에 일본군의 자만심도 패배의 큰 원인이기는 하지만 결국 전투의 시작을 잘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로슈포트의 암호해독 때문이었다. 이 미드웨이 해전을 기점으로 전쟁에 있어 정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게 된다.




미드웨이 해전의 승패는 2차 대전의 향방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기세 등등했던 일본은 미드웨이 해전의 패배로 점차 그 기운을 잃어간다. 항공모함과 전투기 그리고 수많은 병력을 잃은 일본은 막대한 전력 손실로 인해 이어지는 전투에서 계속 수세에 몰리게 된다. 이미 전쟁의 주도권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미드웨이 해전의 승리로 진주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났으며, 본격적인 참전에 앞서 전력을 재정비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했다. 미국은 향후 벌어지는 여러 전투에서 천조국의 위엄을 보여주며 내내 일본을 압박한다. 결국 참전 3년 만에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다.




영화 <미드웨이>

공들여 찍은 공중전

우리에게 <2012>, <투모로우> 같은 재난영화로 유명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이 미드웨이 해전을 바탕으로 한 전쟁영화 <미드웨이>를 만들었다. 영화는 전형적인 전쟁영화의 모습을 하고 있다. <미드웨이>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답게 실제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충실히 카메라에 담고 있다. 등장인물들도 실존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전투 앞뒤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제 사건들을 평면적으로 단순 나열함에 따라 영화는 지루함을 벗어날 틈이 없다. 영화 <미드웨이> 안에서 각각의 사건들은 (예를 들면 둘리틀 특공대의 도쿄 폭격이나 로슈포트의 암호해독 같은) 하나의 이야기가 되지 못하고 따로 떨어져 나뒹군다. 실제 사건을 정확하게 재현하려 한 점은 인정하나 기본적인 영화적 재미를 포기한 점은 안타깝기만 하다. 한 편의 영화와 같았던 실화는 진짜 영화를 만나 그 의미가 반감되었다.


이 영화의 서사는 미드웨이 해전의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본다면 모를까, 모르고 본다면 도대체 무슨 스토리인지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불친절하다. 이 중요한 전투의 발단과 전개 그 의미를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미드웨이>는 예상했던 대로 어느 정도의 눈요깃거리는 제공해준다.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여러 번의 전투씬이 등장하는데, 이때야말로 진짜 천조국의 위엄이 느껴진다. 특히 해전이라는 전투의 특성상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대다수인데, 마치 그 현장에 나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마치 VR 게임기를 탑승한 느낌을 주는 전투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이 전투 장면들만큼은 꽤나 공들여 찍었음을 여실히 느끼게 해 준다.


그 외에 장점은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 <미드웨이>는 잠깐잠깐 눈이 즐거울 뿐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더 재밌게 보기 위해서 미드웨이 해전의 역사적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물론 모르는 사람도 알게 만드는 게 영화의 미덕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왕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보는 거라면 사전에 배경지식을 가지고 보는 것이 투자한 시간과 돈을 아깝게 하지 않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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