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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Feb 01. 2020

<두 교황>

진리에 이르기 위한 끊임없는 질문과 성찰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요한복음 8장 32절)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살다 보면 그런 질문에 부딪힐 때가 있다. 인간이 사는 이 세상과 우리가 영위하는 이 삶의 진리란 무엇인가. 자본주의가 극에 달한 현대사회에서는 꽤나 고루하고 낡은 질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한 번쯤은 품어봤을 만한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고민은 각자의 삶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보이지는 않지만 어딘가에 항상 존재하는 '절대적인 권력자' 에게 그들의 삶을 바친다. 성직자, 종교인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일생을 절대자와 함께 지내며 깨달은 진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그렇다면 그들은 모든 진리를 다 알 수 있을까.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느 누구라도 그들이 다 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인간으로서의 지혜와 성직자로서의 영성이 최고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면 그때는 진리에 다다를 수 있을까.




영화  <두 교황> 은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로마 교황의 자리를 두고 일어나는 현 교황과 전 교황에 대한 이야기다. 두 노년의 성직자들은 아직도 각자의 방식대로 진리에 이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두 교황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13년 2월 11일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돌연 사임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를 이을 후임으로 호르헤 베르골리오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정된다. 본래 교황직은 종신직이라 사망 시에만 내려놓을 수 있는 건데, 급작스러운 사임 발표는 가톨릭 교계를 비롯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와 관련하여 현 교황의 사임이 2012년에 일어난 교황청 스캔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당시 여론이었다. 이 사건으로 교황의 리더십이 많은 공격을 받았고,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건강이 안 좋기는 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1927년생으로 퇴임 당시 86세였으며 왼쪽 눈이 안 보이는 상태였다. 영화 <두 교황> 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사임을 결정하고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새로운 교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두 교황> 은 두 명의 성직자가 교황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고 모략을 펼치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 물론 실제로 퇴임 과정이 어땠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영화는 퇴임하는 과정과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적으로 두 성직자의 대화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이 <두 교황> 인가보다. 철저하게 인물 중심이다 보니 사건이 끼어들 틈이 없다.


시작은 이렇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추기경 자리를 내려놓기 위해 바티칸으로 향한다. 교황청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찾아간 곳에서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사임을 생각하고 있으며, 그 후임으로 바로 본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 이를 두고 만류하는 베르골리오 추기경과 설득하는 교황의 대화가 이 영화의 주된 플롯이다. 2시간 동안 두 명의 인물이 서로 얘기하는 게 다인데, 이 영화는 계속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둘의 대화가 언성을 높여 갑론을박하는 그런 형태는 아니다. 그저 서로 다른 본인들의 생각을 차분하고 힘 있게 얘기할 뿐이다. 그런데 이 대화가 매우 재밌고 긴장감 있으며, 나중에 가서는 깊은 통찰과 울림을 선사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철저하게 보수적인 성향의 성직자다. 그에 반해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의 성직자다. 영화 초반부에는 이 둘의 의견 대립이 꽤 긴장감 있게 전개가 된다. 이 둘 중 어떤 게 더 진리에 가까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둘 다 진리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진리에 이르는 방식이 각자 다를 뿐이다.


영화 후반부로 가서는 팽팽하게 대립하던 의견이 절대자의 이름 앞에 하나가 된다. 각자의 신앙관을 나누고 각자의 삶을 나누며 했던 자기 고백들은 결국 이들이 '하나의 진리'를 쫓고 있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는 교황과 또 한 명의 위대한 추기경. 이들도 결국 진리에 이르기 위해 매일 고민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기도를 통해 답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일생을 절대자와 함께 대화하며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온 것이다.


2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는 끊임없는 질문과 성찰을 통해 절대자에게 가까이하려는 소망, 그리고 그에 따르는 인간적인 번뇌들을 보여준다. <두 교황>이라는 영화는 무엇보다 인물과 대화에 집중하면서 깊이 있고 영적인 여운을 주는데, 이 깊이가 비종교인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적당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매우 깊이 있는 종교적인 주제들을 비종교적인 색채로 잘 그려내고 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 부드럽게 잘 전달되는 것은 이 영화의 세련된 편집과 음악에 있다. 또한 바티칸 궁을 배경으로 하는 화려한 색채의 미장센도 이 영화가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무겁지만 재밌는 대화. 관객들을 향한 고해성사와도 같은 두 성직자의 자기 고백은 탱고 음악과 함께 끝내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두 명의 성직자는 처음에는 오해도 있었다. 그래서 서로의 방식을 인정하지 못하고 언쟁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진리의 은혜가 그들에게 내린 후 그들은 그 진리 안에 하나가 되었다. 진리를 알게 된 후 그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의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요한복음 8장 32절)



PS: 넷플릭스에 대한 신뢰도 점점 상승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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