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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민원 상담을 해보니...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by 박상환

나는 수년째 공공기관 고객센터에서 고객상담 업무를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질병관리본부의 교육을 받고서, 기존 민원과 코로나 관련 민원 상담을 같이 병행하고 있다. 그러던 게 이제는 100% 코로나 관련 민원 상담만을 진행하고 있다. 이름하여 '중앙 방역대책본부 상담사'로 간판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대표번호인 1339를 누르면 연결되는 그 자리가 바로 나의 일터다.


하루에 100통이 넘는 전화를 받으면서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사람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불안감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주, 매우, 꽤, 많이 크게 느껴진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그들의 불안감은 내 고막을 통해 피부로 전달된다. 하지만 당장 그들의 불안감을 해결해 주기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저 들어주고 공감해줄 뿐이다. 그리고 상담 매뉴얼에 따른 기계적인 안내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잠시. 쏟아지는 전화를 일일이 상대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사무적으로 변하고, 뻔한 레퍼토리만 반복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버린 나도 참 안타까웠다.



대부분의 상담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우선 민원인들에게 유증상 (발열, 기침 가래, 인후통) 여부를 탐색하고 각 지역의 선별 진료소를 안내한다. 그런데 코로나의 증상이 일반 감기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더 불안감으로 인한 전화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제가 어제부터 열이 조금 나는데요..."
"제가 아침에 일어났더니 목이 조금 따끔거려서..."
"우리 아기가 계속 기침을 해서... "

"이게 코로나인가요..?"


상담사가 의사는 아니다. 전화상담만으로 민원인이 코로나 의심환자 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의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뭔가 명쾌한 답변을 듣고자 전화를 하셨겠지만 미안하게도 우리는 그럴 수가 없다. 하지만 미안하다고 섣불리 맞다 아니다 확답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야말로 정말 잘못된 상담이다. 이런 경우엔 일반적으로 이렇게 안내를 한다.


"감기약 처방받고 3~4일 경과 지켜 보신 후, 우선 일반병원 통해서 진료받아보십시오"


코로나 증상이 감기와 유사하기도 하고, 일반병원에서 코로나 확진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심 단계까지는 알 수 있으니 일단은 이렇게 안내를 한다. 만약 일반병원 진료 통해서 의심증상으로 의사 소견이 나오면 그때 선별 진료소로 방문하시라고 안내를 하고 있다. 선별 진료소로 가라고 우선 안내하지 않는 것은 크게 2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검사비용의 발생 가능성이다.

선별 진료소를 통해 검사 후 양성으로 판정되면 비용은 국가에서 부담하겠지만, 음성일 경우 비용은 본인부담이 된다.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10~30 만원 사이라고 전해 들었다. 실제로 검사비용이 왜 이렇게 비싸냐며 불만민원으로 전화를 한 사람도 있었다.


둘째는, 감염환경에 노출이 된다는 점이다.

선별 진료소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유증상자가 방문한다. 그중엔 실제 감염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단순한 감기이고 경미한 증상의 사람이 방문한다면 오히려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증상이 있다고 무조건적으로 선별 진료소를 방문하라고 안내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가시겠다고 하면 말리지는 않는다. 그럴 때는 재차 위에 언급한 내용들을 필수적으로 안내를 한다. 그런 분들은 그만큼 불안감이 크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때로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사람들도 전화를 한다. 때로는 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런 분들도 정말 전화를 많이 주시는데, 대개 이런 경우다.


"어제 뉴스 보니까 00번째 확진자가 다녀갔던 xx식당에 며칠 전에 저도 갔었거든요.."
"제가 사실은 지난주에 대구에 갔다 왔는데..."


이렇게 얘기하며 검사를 한번 받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증상자는 검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선별 진료소를 방문한다고 방문한 모든 사람이 다 검사 대상자가 되진 않는다. 진료소에 있는 의사 선생님의 판단에 따라 검사 진행 여부가 결정되는데, 무증상자들은 이 과정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다. 괜한 헛걸음을 할 수 있기에 상담사는 굳이 가지 마시라고 안내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겠다면 역시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두 가지 (비용 발생, 감염환경 노출)를 다시 언급하며 상담을 마무리한다.


상담 시 선별 진료소 안내는 차선책으로 사용을 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선별 진료소 안내를 해야 하는 대상들도 있다. 역학적 관계로 인한 우선 안내 대상자들은


- 최근 14일 이내 해외여행력이 있고 증상이 있는 자

- 대구지역 거주자 또는 방문자 중 유증상자

- 신천지 교인 또는 접촉자

- 확진자와의 접촉자

- 본인이 확진자와의 이동경로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주장하는 자


이런 경우에는 일반병원 진료를 안내하기보다는 선별 진료소를 방문하시라고 안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검사 진행 여부는 방문 시 의사의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안내는 빼먹지 않는다.



코로나 관련 상담전화가 정말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지금까지 한 얘기는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으로 1339로 전화를 한다면 참고하시라고 한 얘기다. 통화량이 워낙 많다 보니 사람들도 상담사와 연결되기까지 꽤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다. 혹시나 이 글을 통해 그런 시간들을 줄일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는 마음에서 쓴 글이다.



하루 종일 불안의 목소리를 마주하다 보면 그 불안감이 나에게도 전염되는 느낌을 받는다. 출근했을 때 온전했던 정신이 퇴근할 때는 알 수 없는 부정적 기운에 빠져 있는 것을 느낀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만큼이나 이 불안감의 전염도 큰 문제 같아 보인다. 대한민국의 영혼을 잠식시키고 있는 이 불안감은 혐오와 차별이라는 사생아를 낳았고 점점 자라나고 있다. 정말 하루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코로나 민원 상담을 하면서 다시 한번 감사함이 솟구쳐 나왔다. 전쟁과도 같은 이 시기에 최전선에서 수고하고 고생하는 의료진들, 소독방역에 힘쓰시는 분들, 각 지역의 보건소와 지자체의 공무원 분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시는 모든 분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울 뿐이다. 이분들에 비하면 나의 업무는 아무것도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 상담사의 입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 모른다. 그저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매뉴얼에 따른 안내를 착실하게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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