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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Mar 12. 2020

<언컷 젬스>

왜 이렇게 다들 흥분되어 있는지

코로나로 인해 극장에 못 간 지 혹은 안 간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일주일에 서너 번도 가던 극장을 한 달 가까이 안 가다 보니 살짝  금단현상도 오는 것 같다. 아직도 이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단현상이 더 심해지는 것만 같다. 몇몇 지인에 말에 의하면 현재 극장이 오히려 매일 타고 다니는 지하철이나 버스보다도 사람이 더 없다고 한다. 그러면 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도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내가 걸리는 게 문제가 아닌 상황이다.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영화관 나들이는 미루려 한다.


어쨌든 코로나 때문에 최근 넷플릭스와 절친이 되었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시리즈들을 정주행 하기 시작했고, 봐야지 봐야지 했던 영화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보게 된 영화 <언컷 젬스>. 영화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었던 터라 내심 기대가 컸다. 미디어나 SNS를 통해 회자되는 감상평들은 이 영화를 '소문난 잔치'로 만들어 주었다.


정신이 없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제일 먼저 든 생각이다. <언컷 젬스>는 쉴 새 없이 떠드는 영화다. 또한 쉴 새 없이 흔들리는 영화다. 주인공인 하워드를 비롯 모든 사람들은 신경질적이고 흥분되어 있다. 쉴 새 없이 떠들고 화를 내며 욕설을 내뱉는 등장인물들. 인물들이 도대체 왜 이렇게 계속 흥분상태로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약이라도 먹은 듯 격앙된 감정으로 일관하는데, 도무지 그 감정에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빈틈없는 오디오에 귀만 따가울 뿐이었다.


이 영화는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을 얻기 위한 하워드의 고군분투가 주된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사건들과 사람들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왜 어째서 화를 내고 신경질을 내고 분노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 감정표현의 전개 방식에 있어서 기-승-전-결 이 아닌 기-결이 되다 보니 그들의 감정에 쉽게 공감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화가 난다고 무조건 처음부터 사람을 때리지는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그렇게 한다면 만인에게 욕을 먹을 것이다. <언컷 젬스>는 그런 영화다. 사건의 발단 같은 작은 상황에서 바로 주먹이 올라오는 영화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하다. 시종일관 흥분하며 소리 지르며 주먹을 날리는데 얘가 왜 이러는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영화들이 간혹 있었다. 감정의 폭발로만 점철된 영화. 인물의 감정은 그 인물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동반되었을 때 제대로 표현되고 전달된다. 우리가 많이 욕하는 신파극에서도 이러한 기본 공식은 지켜진다. 때론 오히려 너무 뻔하고 노골적으로 지킨 공식 때문에 영화를 망칠 때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언컷 젬스>는 공식 없이 답만 보여주니 답답하기만 하다. 감정을 설명하기 위한 여러 상황들을 영화 속에 배치했지만 한데 모이지 않고 산발적으로 터지다 보니 이마저도 역부족이다. 이쯤 되면 이건 의도적인 연출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물들의 불안한 심리와 감정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카메라는 한 군데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인물들 사이를 흔들리며 왔다 갔다 한다. 얼마 전 봤던 <1917>과 촬영 방식에 있어서는 정반대 편에 있는 영화다. 수많은 테이크들이 마치 부표처럼 흔들거리며 표류한다. 정신이 없었다는 감상평에는 이러한 카메라 움직임에도 지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이 영화에서 아담 샌들러의 연기는 훌륭했다. 하지만 감탄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연기 변신에 대한 노력은 대단하며 그 변신이 성공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를 지배할 정도의 존재감은 아니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만큼 매우 뛰어난 연기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기도 하다. 코미디 전문 배우가 뒷골목 양아치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고 일부러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아담 샌들러라는 배우의 이미지 변신은 확실해서 그의 다음 출연작이 뭐가 될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영화의 유일한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이 영화의 스타일은 제목인 '언컷 젬스'와도 같다. 다듬어지지 않은 아직은 거친 원형에 가까운 영화. 하지만 이것이 보석에 가까운 원석인지는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 케빈 가넷이 보석 오팔에서 '어떠한 기운'을 느꼈듯이 이 영화를 보면서 케빈 가넷과 같은 느낌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언컷 젬스>는 전체적으로 보자면 불안감을 유발하는 표현방식을 많이 택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이 사프디 형제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라면 인정해주고 싶다. 이 모든 스타일과 과장된 표현이 100% 의도된 것이라면 박수를 쳐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와는 맞지가 않는다.


나는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내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

나는 <언컷 젬스>에 대한 대다수의 호평에 동의하기가 힘들다. 내가 영화에 대한 식견이 모자라 영화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나중에 이해가 되더라도 지금 내 생각은 이렇다.


나는 아직도 이 영화에 왜들 그렇게 흥분하는지 알 수가 없다.



ps: 빨리 극장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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