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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Mar 25. 2020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익숙한 장르의 유쾌한 변주

사실, 좀비와 관련된 콘텐츠는 정말 차고 넘친다.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게임에 이르기까지 좀비와 관련된 콘텐츠는 범람을 하고 있다. 좀비마다 특성도 다 다르다. 어떤 좀비들은 느릿느릿하게 걷는가 하면, 어떤 좀비들은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밤낮을 가리는 좀비도 있고, 가리지 않는 좀비도 있다. 좀비들의 특성에 따라 등장인물들이 맞서 싸우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본래 공포영화라는 큰 카테고리의 하위 장르였던 좀비물은 이제는 엄연한 하나의 장르로서 인식되고 있다. 나아가 이제는 좀비를 소재로 한 공포, 액션, 스릴러, 코미디,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로 재창조&재해석되고 있다.  




2017년 일본에서 제작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도 좀비를 소재로 한 재창조의 범주안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좀비를 소재로 하기는 했지만, 그동안의 좀비 영화들이 보여줬던 인간 vs 괴물의 익숙한 구도와는 거리가 있다. 물론 좀비와 싸우는 장면도 분명히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이후에 밝혀지게 될 큰 계획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건 얘기할 수 없다. 어쨌든 이 영화. 대단히 독특하고 신선하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다른 좀비 영화들과 차별성을 가지는 것은 이 영화가 액자식 구성이라는 점이다. 영화의 주무대는 좀비 영화를 찍는 촬영 현장이다. 영화 안의 영화를 보여줌으로 익숙한 장르의 유쾌한 변주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 시도는 상당히 성공적이다.


영화 촬영 현장이 주무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를 찍는 그 과정이 주된 서사가 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과연 좀비 영화라 봐야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좀비는 영화 안의 영화에 등장할 뿐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핵심 요소는 아니다. 좀비 영화가 주는 전형적인 서스펜스보다는 촬영 현장의 치열함이 더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생존'이라는 큰 틀에서는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좀비에 맞서 살아남는 일과 온갖 악조건을 뚫고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일. 둘 다 목숨을 걸고 하는 일 아닌가. 실제 촬영 현장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영화에서 보이는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촌각을 다투고 돌발상황이 계속 발생되는 현장이 좀비 영화의 갑작스러운 공포와 맞물리며 묘한 신선함을 주고 있다. 좀비를 피해 뛰어다니듯 이 영화 안의 영화에 관계된 사람들도 계속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무언가를 피하고 때로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비록 정통 좀비물 하고는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삶의 서스펜스라는 큰 관점에서 이 영화는 좀비 영화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사전 정보를 최대한 배제하고 봐야지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의 리뷰는 여기서 끝내려고 한다. 얘기가 길어졌다가는 자칫 거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이미 너무 많은 얘기를 한건 아닌가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냥 "좀비 영화를 찍는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일" 정도로 알고 보면 되겠다. 이 정도만 알아도 큰 스포일러 없이 좋은 감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는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기 전까지) PLAY를 멈추면 안 된다. 절대로.



PS: 극장에 안 간 지 한 달이 넘었다. 금단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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