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ghai park May 09. 2020

<익스트랙션>

피, 땀, 눈물의 상남자 영화

언제쯤 다시 극장을 갈 수 있을까. 2월 19일 cgv 왕십리 아이맥스관에서 <1917>을 관람한 이후로 극장을 못/안 가고 있다. 다소 누그러졌다고는 하나, 아직은 안심할 수 없기에 지금도 극장을 가기에는 우려스럽다. 그리고 이런 우려를 무릅쓰고 갈 정도로 나의 구미를 당기는 영화가 아직은 개봉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3개월 가까이 극장에 방문을 하지 않고 있다.


영화관 특유의 냄새와 공기들이 있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팝콘 냄새가 코를 찌르고, 그 냄새를 뚫고 들어가면 상영관의 친숙한 어둠이 나를 맞이한다. 내 번호를 찾아 좌석에 앉으면 시트에서 나는 독특한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이런 익숙함들이 이제는 조금씩 흐릿해지기도 한다. 몇 개월 후에 다시 극장에 가게 된다면 놀이공원에 처음 간 아이처럼 낯설고 두근거릴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날이 빨리 오기만을 바란다.


아무튼 최근에 반강제적으로 넷플릭스와 기묘한 동행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감상한 영화가 바로 <익스트랙션>이다. 넷플릭스에서 최근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기대작이었다.


'Extraction'. '구출'. 영화 <익스트랙션> 은 영화의 제목만큼이나 아주 단순하고 직설적인 영화다. 한 범죄조직의 보스의 자녀가 반대 조직에게 납치를 당하고, 자녀를 구출하기 위해 사설 용병업체가 투입된다. 그리고 구출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크리스 헴스워스다. 넷플릭스가 신나게 마케팅했던 이 영화의 주인공 크리스 헴스워스가 구출작전의 선봉장으로 출연하고 있다.


영화는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시작해서 본론으로 끝난다. 구출해서 데리고 나오고 쫓기다가 싸우고 끝난다. 뭐 딱 봐도 알겠지만 이런 영화에서 중요한 건 개연성이나 작품성 같은 게 아니다. 어쭙잖게 감동이나 교훈을 줄 필요도 없다. 얼마큼 액션 시퀀스를 세밀하고 강력하게 가공했느냐가 관건이다.  제작진의 목적은 확실했고 훌륭하게 달성되었다.


액션만 놓고 봤을 때 이 영화는 '제이슨 본' 시리즈나 '존 윅' 시리즈만큼 그 밀도가 상당하다. 면대면 격투씬, 비대면 총격씬, 차량 추격씬.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액션의 완성도는 만점에 가깝다. 특히 영화 중간 부분에 나오는  추격씬. 건물과 건물을 가로지르며 쫓기고, 차량 추격씬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롱테이크로 편집되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으며 계속해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본 얼티메이텀>에서 제이슨 본이 수건으로 적을 제압하던 장면 이후로 가장 인상 깊게 본 액션 장면이다.



단점도 분명히 있다. 주인공인 '타일러 레이크'의 과거를 소환해 구출하는 인질 소년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등. 쓸데없는 감성팔이로 러닝타임을 낭비하는 부분도 있다. 그냥 액션만 쭉 보여줬음 했는데 구태의연하게 이야기 가지를 더 붙인 모양새다. 쉼 없이 달리다가 잠깐 쉬는 지점. 그 지점이 이 영화의 옥에 티다. 이 부분만 견디면 된다. 이 부분만 넘어가면 영화는 다시 활화산 같은 폭발력으로 나의 눈 앞에서 질주하고 있다.


<익스트랙션> 은 액션 영화로서 그 '액션'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다. 액션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장르영화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영화다.




의도된 설정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무대는 인도와 방글라데시다. 보기만 해도 더운 공기가 느껴진다. 등장인물들은 계속 땀을 흘리고, 또 피를 쏟는다. 감성팔이의 결과로 마지막엔 눈물까지 흘린다. 이러한 영화의 무드가 묘하게 남성 호르몬을 자극하기도 한다.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곳에서도 살아남아 결국 뜨거운 눈물까지 보여주는 '남자의 영화' 라 할 수 있겠다. 물론 꼭 남자만을 위한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설명하고자 하는 말이었지 결코 성차별적 발언은 아니었다.


어쨌든 <익스트랙션>의 땀냄새는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은 시리즈의 연장을 암시하는 듯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것이 과연 진짜로 <익스트랙션>의 속편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흔한 열린 결말의 일종에 불과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아마 관객들의 평가가 좋다면 후속 시리즈의 제작도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된다면 제이슨 본이나 존 윅 또는 <테이큰>의 브라이언 밀스 같은 액션 히어로를 다시 만나는 희열을 누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토르가 아닌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크리스 헴스워스를 만나는 기쁨도.



ps: <익스트랙션>을 극장에서 봤다면 분명 100배는 더 재밌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냥의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