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ovie Critic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C 워너비 Jun 26. 2017

꿈꾸기의 공동체

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가

집에서 영화를 보면 편하다. 극장까지 나갈 필요가 없고 옆 사람 신경 안 쓰고 편한 자세로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극장에 가는가. 스크린과 사운드 설비가 뿜는 환영적 실감, 물성의 증폭, 섬세함과 웅장함이 있지만 집단으로 영화를 본다는 체험 자체가 특별하다.


영사기가 돌아가면, 관객은 영화의 장면과 호흡에 몸으로 반응하며 군집된 피드백을 토한다. 웃고 울고 숨죽이고 감탄하거나 지루해한다. 이것은 영화와 관객이 관계를 가지며 서로를 연결하는 또 다른 재현의 그물망을 짜내는 것이고 영화에 육체성을 덧입혀주는 일이다. 단순하게 말해도, 관객의 반응은 영화의 기획과 성격, 성패를 파악하는 데 참고가 된다. 혹은 그런 숨은 자질을 스크린 바깥으로 끄집어내 보여준다. 소위 시네필 가운데 옆 사람 기척집중하는 데 방해된다고 신경질을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극장은 원래 소음과 소란을 감수하고 찾아가는 장소다. 오히려 그런 점이 영화에 관한 인상과 기억을 스크린 바깥에서 보충해 똑같은 영화라도 혼자 볼 때와 다른 영화로 만들어준다.  


극장에서, 스크린을 중심으로 좌석들은 행성처럼 배열되어 암전과 함께 캄캄한 우주를 이룬다. 관객은 어둠 속에 잠재한 타자들의 존재를 의식하는 긴장감과 함께 스크린을 마주한다. 이때 관객-나는 스크린의 인력으로 늘어선 행성, 관객의 군집이 이루는 사회성 속에 좌표를 부여받아 이 세상의 일부란 감각 아래 스크린 너머 세상에 접속한다. 이런 느낌은 때론 '영화 자체'에 빠져드는데 방해가 되지만 복수의 타자와 함께 영화와 관계를 맺는 일이다.


영화를 환영이라고 할 때, 그러니까 관습적 합의 아래 일시적으로 환상에 속아주는 것이 관람이라고 할 때, 극장에서 영화 보기는 같은 장소와 시간에 있는 관객들이 다 함께 꾸는 한 편의 꿈이다. 그것은 느낌과 기억과 사건의 공동체를 잠시 동안 불러낸다.


좋은 영화란 관객이 모인 공동의 시간을 긴밀하게 결속해주면서 꿈결의 잔향을 오랫동안 남기고 관객 하나하나에게 다른 꿈을 선사하는 영화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옥자>가 품은 무서운 전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