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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Jul 07. 2017

작은 멀티플렉스

<옥자>가 공공 영화관을 살릴 수 있을까

멀티플렉스가 <옥자> 상영을 거부한 게 도리어 지역 극장과 예술 영화 극장 같은 '작은 극장'을 살리는 호재라는 전망이 있다. 그럴 가능성은 적다. <옥자> 열풍은 해외 자본을 투입한 미증유의 한국 블록버스터에 대한 국가주의적 흥분과 스타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다. 관객은 커다란 스크린이 주는 스펙타클로 '블록버스터'를 즐기고 싶어 멀티플렉스의 대안으로 지역 극장을 찾고 있다. 이건 지역 극장이 품은 다양성 같은 가치와 정반대다. 일회용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멀티플렉스만큼 편의와 설비를 갖추지 못한 관람시설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옥자>를 지역 극장에서 봤다는 후기를 읽어도 그렇다. 여기도 마스킹 안 해주긴 똑같잖아? 그냥 넷플릭스로 봐도 돼요, 같은 제보들이 있었다. 지역 극장을 살리려면 멀티플렉스와 차별화된 가치와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장기적 플랜을 밟아야지, 이런 식으론 실익이 없다.


"옥자가 효자... 동네 극장들 다시 주목받아" 라는 기사의 한 단락을 보라.


"공공 영화관이라면 ‘한발 늦은’ 영화, 혹은 예술영화만 상영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은 아리랑시네센터의 엘리베이터 내부에서부터 깨졌다. <원더우먼>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파란 나비효과> <노무현입니다> <꼬마돼지 베이브의 대모험>과 <옥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옹기종기 붙은 미니 포스터야말로 다양성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공공 영화관이 쫓는 다양성이란 가치를 이런 대목에서 발견하면 곤란하다. 저 리스트엔 <옥자>를 포함한 블록버스터가 세 편, 애니메이션 한 편, 다큐가 두 편인데, 멀티플렉스에서 보기 힘든 영화는 <파란 나비효과> 하나다. <노무현입니다>는 소재의 타깃이 대중 관객일뿐더러, 멀티플렉스에서 활발하게 상영하고 있다. 이렇게 상업 영화와 약간의 비상업 영화를 함께 묶는 '다양성'은 멀티플렉스 같은 상업 영화관이 나아갈 노선이다. 멀티플렉스는 동네마다 하나씩 들어섰고, 다양성 영화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은 대중 관객이 소비자다. 이런 놀라운 접근 편의성이 관객의 선택권으로 발휘되려면 상업영화 개봉작들에 폭넓고 공정한 기회를 주고 관객의 시야에 들어온 다양성 영화도 틀어줘야 한다. 공공 영화관은 비상업영화와 비개봉작 내에서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시장을 보완하고, 이런 영화들에 관심을 가진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선택지를 줘야 한다. '작은 멀티플렉스'가 되는 것이 공공 영화관이 바라볼 항로는 아니지 않겠는가?


모르지. 만에 하나 지역 극장이 넷플릭스 전용 상영관으로 탈바꿈한다면야 <옥자> 열풍엔 장래성이 있다. 내일 당장 김정은이 암살당 가능성보다 클까? 지역 극장은 <옥자> 덕에 한 철 수익을 올릴 테고, 지역 극장을 향한 주의를 환기할 기회이지만, 본연의 가치를 살려내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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