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NYT 칼럼에 대한 코멘트
소설가 한강이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읽었다. 한강은 훌륭한 소설가임에 틀림없겠지만 훌륭한 논설가는 아닌 것 같다. 그는 사회 현상을 자의적으로 설명하고 논증이 필요한 대목을 감성적 문장으로 해결한다. 한국 전쟁을 강대국들의 대리전이라 규정한 것이 역사적 사실에 비춰 정확한지, 개인의 의견을 밝히는 자리에서 한국 국민의 심정과 생각을 자기 속에 있는 얘기처럼 말하는 점 등이 눈에 거슬렸다. 특히 작년 광장의 집회를 '촛불 혁명'이라 부른 마지막 단락은 반박을 하고 싶다.
'촛불 혁명'은 수사적 의도를 떠나 개념부터 틀린 표현이다. 혁명은 체제가 바뀌는 변화를 뜻하지 권력이 바뀌는 개념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 교체는 일상적 사건이다. 올해 한국에선 그것이 '탄핵'이라는 헌법에 명문화된 방식으로 일어났을 따름이다. 이렇게 권력 교체를 제도화하고 일상화하는 것이 왕정과 구분되는 민주주의의 풍경이다(만약 제도화된 방식이 아닌 무력 사용을 통해 권력이 교체된다 해도 혁명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건 쿠데타라고 한다.)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시 만든 사건을 '혁명'이라 부르는 건 수사적 인플레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잘못된 개념, 들뜬 몽상으로 현실을 서술한다면 현실에 대한 오판을 넘은 왜곡이다. 이런 말의 인플레는 언젠가 사회가 진정으로 수행해야 하는 혁명에 대해 헛된 포만감을 불어넣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