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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Oct 21. 2017

창작의 오만

스윙스 BBC 인터뷰를 보고

스윙스의 BBC 인터뷰를 봤다. 훌륭한 이야기를 해줬지만, 두 가지 이견이 든다. 그는 오랫동안 정신 질환을 앓았으며 한국은 타인의 처지에 낙인찍기 좋아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자신이 사회적 편견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왜 사회적 약자들을 해치는 음악을 팔고, 거기에 대해 당당한가. 그는 여성혐오적 가사를 쓰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레이블 멤버 블랙넛이 지속적으로 혐오 가사를 쓰는 데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미국 TV 좀 보더니 너무 갑자기 존나 깨어 있는 척"(힙합LE 저스트뮤직 인터뷰)하는 "미친 여자들"(지난 8월 발표된 '어차피'란 트랙 중)의 소행으로 무시했다.


그리고 팬들이 보냈다는 감사의 편지는 왜 매번 들먹이는가. 스윙스의 음악을 듣고 자살할 마음을 거둔 사람들이 있다면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 게 음악의 힘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스윙스를 치장하거나 정당화하는 데 쓰여선 보기 좋지 않다. 그는 힙합LE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이 ‘너 때문에 내가 자살 안 했어.’라고 존나 많이 연락해요. 나보다 세상 멋있게 안 살았으면서 욕하는 건 본인이 창피한 일이지. 나는 세상을 바꾸는 일에 기여하고 있어요. 떠들어대는 새끼들은 (...) 뭘 하고 있는지"라며 레이블 직원들 노동 환경에 관한 비판을 일축했다. 음악의 힘은 때론 거대하지만, 그 힘은 듣는 이의 상황과 그의 내면에 이미 깃들어있는 의지, 여러 변수들과 동기화하며 발휘된다. 음악이 타인의 삶에 대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그건 자신의 음악에 대한, 음악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과신이고 오만이다.


모르긴 해도, 스윙스에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이 정말로 있었다면, 그들에게 자살까지 떠올리게 한 시절은 무엇으로도 대상화될 수 없는 개별적이고 절대적인 경험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 시간을 버티는 데 힘이 되어준 음악이 소중했을 테고. 저런 자리에서 아집을 부리는 데 들먹이라고 건넨 편지일까? 그 무거운 마음들을 내 영향력을 과시하는 트로피로 대상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중이다. 스윙스가 말했듯, 음악은 희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자신들이 뿌려 온 가사를 되씹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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