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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May 30. 2018

자기 파괴의 범죄

씨잼과 빌스탁스 마약 복용 검거

씨잼과 빌스탁스가 대마초, 코카인, 엑스타시 복용 혐의로 체포되었군요. 코카인은 마약 중에서도 경성 마약이고 대마와 달리 허용하는 국가가 거의 없죠. 해로움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변호할 여지가 없습니다.


근데 대마를 떠나 마약 자체에 대한 법리적 도덕적 판단이 간단치는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처벌해야 하느냐는 거죠. 마약 복용은 자기 자신을 망치는 행위인데 그럼 자해 행위도 처벌해야 할까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마약 복용으로 재판 받으며 남긴 유명한 말이죠. 마약을 복용해 환각과 심신 미약 상태에서 이차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지목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 방면의 끝판왕은 주폭이죠.


물론 마약을 허용하면 중독자 개인을 넘어 사회가 망하겠죠.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해야 하는 건 분명합니다. 그럼 처벌해야 하는 게 누구냐는 거죠. 마약 복용자는 자신을 파괴하지만, 마약상은 타인을 파괴하는 덫을 퍼트리는 거죠. 공급자만 처벌하는 비범죄화를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실제로 마약 자체를 비범죄화한 국가가 얼마나 있는진 모르겠어요. 이 점은 세부적 법리와 현실론이 있을 테니 제가 뭘 주장할 입장은 아닌 것 같네요. 다만 사법 처벌과 별론으로 마약 사범을 도덕적으로 비난해야 하는가가 남죠. 그 나름의 취지가 있는 현행법을 위반했으니 처벌 받아야 겠고 법을 어겼단 비난도 받을 수 있죠. 향락에 빠져 법을 어기고 인생을 포기한 한심한 인간이라고 나쁜 평판을 가할 수 있고요. 근데 법에 걸리진 않지만 타인과 공공선을 해하는 행위보다 잘못인가? 이 점은 숙고해야 할 논점이라고 봅니다.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피해가기 힘든 자문이기도 해요. 미국 힙합에 약물이 등장하는 노래가 얼마나 많습니까. 갱스터 랩은 향락과 범법 행위를 찬미하는 노래고요. 미국 힙합에는 마약을 복용하고, 그래서 감방까지 갔다면 '거리의 명성'을 가산해주는 관습까지 있죠. 물론 이게 힙합의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힙합 클래식이 저런 정서 위에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죠. 바다 건너 래퍼들의 '위험함'을 즐기고 심지어 동경하던 사람들이 이 땅에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어느정도 합리화를 피하긴 어렵지만 제 경우는 이렇습니다.


사회 구성원 중 소외된 계층인 소수자에 대한 혐오 / 보통의 사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범죄 행위 / 그 효과가 자기 자신에게 수렴하는 성격이 있는 마약 복용 및 자살 감행 등은 각각 성격이 다 다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문화예술에 법과 도덕을 일탈한 상상력을 재현할 자유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이 곧 현실 자체는 아니니까요. 어떤 수위와 관점으로 재현된 것인지 맥락에 따라 판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소수자 혐오는 특별히 취약한 고리입니다. 그들을 차별하는 문화예술적 표현이 그저 표현에서 끝나지 않고 이미 현실에 지배적인 차별의식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 차별이 될 수 있기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이치로, 저는 힙합의 갱스터랩적 요소(마약 및 범죄 예찬 등)와 소수자 혐오는 구분해서 보고 있습니다. 물론 가사가 그렇다는 것과 가사 대로 행동 하는 건 또 다르죠. 한 마디로 정리하기 까다롭긴 해요.


정리하면, 저는 마약 복용자를 처벌하는 건 도덕보다 형사정책적 논리고, 그것도 뜯어보면 편의적 측면이 있다 봅니다. 스스로를 망치는 선택을 타인이 어디까지 비난할 수 있나, 가령 씨잼보다 블랙넛이 악질이라 봐요. 그래서 블랙넛 문제엔 당당하던 저스트뮤직이 발 빠르게(?) 사과문을 올린 사실이 착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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