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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Apr 07. 2019

케이팝의 아이러니

아이즈원의 새 앨범 ‘heart*iz’ 초동(발매 후 첫 일주일) 판매량이 오늘 부로 13만 장을 넘었다. 트와이스가 2017년 ‘twicegram’으로 세운 걸그룹 역대 초동 기록이 경신됐다. 지금까지 아이즈원의 성적을 정리하면 '높은 음반 판매량, 높지 않은 음원 순위' 혹은 '강한 팬덤, 강하지 않은 대중성'이다. 이  화력  대신 지난 시즌에 비해 화제성  <프로듀스48>, 팬덤 유치와 관리에는 강하지만 콘텐츠 기획력과 음악 프로듀싱은 약한 소속사 오프더레코드의 역량,  CJ E&M 부족한 콘텐츠 투자 의지 기인하는 현상이. 하지 근본적으론 산업 구조조정의 반영이다.


케이팝은 아이러니에 처해 있다. 대외적으론 케이팝이 세계화를 거쳐 보편적 문화가 되어가지만, 국내에선 아이돌 산업이 대중문화 내부의 서브컬처가 되며 특수 계층 문화가 되어간다. 아이돌 문화의 수요가 분립되며 코어 계층 중심의 팬덤 문화가 되었다는 말이다. 케이팝의 해외 진출은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있지만, 국민 다수는 케이팝을 콘텐츠가 아니라 일본과 북미에서 수출 실적을 거뒀다는 '사회면 뉴스'로 접한다.


대중은 아이돌 음악에 괴리감을 품은 상태로 보이며 차트에선 보컬 중심의 느린 음악이 선호된다. 여기 더해 음원 사재기 논란과 강력한 팬덤을 지닌 보이 그룹의 차트 줄 세우기로 차트 질서가 교란된 상태다. 아이돌 산업 전체가 팬덤 시장 팽창과 대중성 약화를 겪고 있으며 그 결과 음판 인플레와 음원 차트 진입 장벽이 생겨났다. '아이돌 문화의 분립'은 분계선으로 그어져 있다. 그 시기 이전에 데뷔해 히트곡을 내고 대중 얻은 소수의 그룹이 기득권을 갖고 있고, 그 이후 데뷔한 그룹들은 한계를 넘기 어렵다.


어제오늘 일어난 일도 아니다. 2008년부터 멜론 연간 차트 탑 텐은 한 두 곡을 제외하고 모두 아이돌 음악이었다. 하지만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버스커버스커의 등장으로 성채 균열이 갔고 2017년 탑 텐엔 아이돌 노래가 한 곡도 없었다. 작년에는 아이콘과 모모랜드가 연간 1위와 5위에 올랐지만 두 그룹은 이렇다 할 대중성을 얻지 못했다. 반면 트와이스는 이 전환기에 나타나 팬덤과 대중성을 극한까지 이룬 ‘마지막 국민 걸그룹’으로 독보적 상징성을 지닌 존재다.


작년 연말 데뷔한 아이즈원은 자신의 활동으로 이상의 시대적 흐름을 한계치까지 집약해 재현하고 있다. 데뷔 5개월 만에 역대 최고의 음반 판매를 기록했고 노래는 일간 차트 26위다. 오랫동안 걸그룹은 대중성에 강점이 있고 보이그룹은 팬덤에 강점이 있다는 속설이 유통되었지만, 보이 그룹 이상으로 앨범을 파는 대중형 아이돌 트와이스를 지나, 이제는 보이그룹의 전형성에 가까운 패턴을 걷는 걸그룹이 나타났다.


만약 차후 케이팝의 아이러니를 해소하는 그룹이 등장한다면, 사회 환경과 음악 산업의 물결을 거스르고 우뚝 선 플레이어로 족적을 남기게 될 것 같다. 다만 아이돌 문화의 분립과 함께 오디션 방송 또한 대중성이 약화되는 추세라, 아이즈원 이후에 그런 잠재력을 지닌 프로젝트 이돌  나타나긴 힘들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 구역에 있는 작은 기획사 걸그룹들은 대중성으로도 승부를 볼 수 없고 팬덤으로도 보이그룹에 견줄 수 없는 폐쇄회로에 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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