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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May 17. 2019

얼음물에 동결된 뉴스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관해

얼음물 놀이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5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한국에서도 많은 셀렙이 참여해 화제가 됐었죠. 올 해도 벌써 관련 행사를 개최한다는 뉴스가 보이더군요.


5년 전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과시적 적선에 불과하다는 논쟁에 휘말렸습니다. 저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 자체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방식이야 어쨌든 루게릭 병을 향한 관심을 환기하고, 환자들에게 성금을 보태는 현실적 도움을 주니까요. 다만 이 이벤트가 '관심'을 환기한다고 할 때 어떤 성격의 관심이며 어떤 기능을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겠죠. 


5년 전 어떤 일이 있었냐면, 숱한 셀렙은 물론 여당 대표 김무성까지 이벤트에 참여했지만, 정부는 그 후 난치성 질환 예산을 '30억' 삭감해 버렸습니다. 국내에서 아이스 버킷 챌린지로 모인 성금은 '2억'이었죠. 엄밀히 치면 둘은 별개의 사건일 수 있는데요. 문제는 루게릭 병 환자를 돕자는 이벤트는 사회적 반향을 누렸지만, 환자들을 지원하는 예산 삭감은 뉴스 한 줄로 끝났다는 겁니다. 얼음물이 주는 근육의 경직감으로 루게릭 병 증상을 느껴보자며 셀렙들이 '환우'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기부 이벤트가 사회 구조를 덮어쓰는 '오버랩의 이데올로기'를 말하고 싶네요.


간단하게 정리하면, 사회 구조와 분리된 엔터테인먼트가 사회적인 것 자체를 대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거죠. 어디까지나 실질적 논의와 행동이 중요하니까요.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실천을 '유희'로 대신한다면 그걸 비판하는 입장에서도 실천이 '냉소'로 변질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죠. 


앞선 문단에서 제가 명명한 '오버랩의 이데올로기'는 저명한 시네필 세르주 다네가 쓴 글 '카포의 트래블링'에 나오는 오버랩이란 낱말을 인용한 것입니다. 해당 문단을 아래에 옮겨 둡니다. 


"이것이 바로 며칠 전에, 비통에 잠긴 채 [마이클 잭슨 등] 정말 유명한 가수들의 이미지와 정말 굶주린 아프리카의 아이들의 이미지를 뒤섞는 텔레비전의 짧은 클립을 보면서 내가 혼자서 말했던 것이다. 부유한 가수들-”우리는 모두 이 아이들, 우리는 세계“-은 자신들의 이미지와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의 이미지를 뒤섞었다. 사실상 이들이 아이들의 자리를 차지해서 이들을 대체하고 지워버렸던 것이다. 두 이미지들을 하나로 만들고자 시도하는 형상의 깜박거림 속에서 뼈만 남은 아이들과 스타들을 오버랩시키면서 이 클립은 우아하게 [부유한] 북의 세계와 [가난한] 남의 세계의 전자적 일체화를 실행했다. 내가 혼잣말을 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 천함의 현재 얼굴이며 내 ‘<카포>의 트래블링’의 진화된 형태라는 것이다. (…) 1960년에 카메라 움직임 하나가 시체를 미화했고 30년 뒤에는 오버랩 하나가 죽어가는 사람들과 부자들을 춤추게 한다." - 세르주 다네, '카포의 트래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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