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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May 19. 2019

세대론의 부메랑

"외국에서 인종주의로 가는 것이 한국에서는 젠더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젠더 문제에서 극단적인 여성혐오를 극우파 코드로 봅니다. 대단히 래디컬한 극좌적인 감성과 극우감성이 막 공존하는 거예요. 80년대 식으로 해석해보면 자본가를 타도하자고 하다가 갑자기 민족 문제가 나오면 민족주의자가 되었다가, 그러다 살짝 엇나가면 인종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극좌 인종주의가 가능했던 거 같은….” '대한민국 20대, 바리케이드는 자기 마음에 쳤고 짱돌은 386에 던졌다'


삼 년 전부터 했던 말이지만, 세계적 극우화의 축이 인종 문제라면, 한국의 극우화는 호남 시민, 세월호 유족, 동성애자, 여성 같은 민족 국가 내부의 타자를 겨냥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유럽과 달리 한국의 복지 체계가 허약하다는 배경이 있다. 단단한 복지 국가를 건설한 유럽은 이주민이 유입할수록 한정된 세금을 두고 국민국가 구성원과 외래한 타자 사이 경합 관계가 형성된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복지 체계로 '국민의 집'을 세운 북유럽에서 극우주의 테러가 발생한 배경이다. 한국은 국가가 국민을 챙기는 시스템이 아닐뿐더러, 국민 다수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이주민은 기피 육체노동에 몰려있어 경쟁 관계가 매칭 될 개연성이 적다. 미국 같은 다인종 국가에 비해 아직은 다문화가 가시화하지 않았다는 배경도 있겠다. 때문에 사회를 지배해 온 지역주의 구도에서 게토화한 호남이 조롱당하고, 국가에 재난 사고의 책임을 추궁하며 '특별대우'를 요구한 유족들이 손가락질당하고, 가부장적 주체화에 위기를 겪는 '88만 원 세대' 남성들이 '내 여자'가 되어 주체화의 밑받침이 되어주지 않는 여성들을 증오하고, 여성들이 권리만 챙기는 '뷔페미니즘'으로 사회 자원을 거덜 낸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물론 가장 알기 쉬운 변수는 한국의 여성 지위가 미국과 유럽보다 낮고, 지금이 대중적 페미니즘 운동이 고조된 시기라는 점이다.     


세대론과 그 담론의 수혜자인 젊은 남성들의 여성혐오는 별개가 아니다. 오히려 함수 관계를 이룬다. 세대론은 세대 간 착취라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깔았고, 젠더란 개념틀 없이 청년 문제에 접근, 청년 문제를 곧 예비 가부장들의 담론으로 만들었다. 남성들은 진보 진영의 연민을 차지하며 피해자 의식에 길들여졌다. 여성혐오는 기성세대의 죗값인데 대가는 우리가 치른다는 피해자 포지셔닝으로 무장하고, 가해자(잠재적 범죄자)로 호명되는 데 극렬한 경기를 일으킨다. 누차 말해 왔지만, 지난 십 년 간 담론장을 누빈 세대론을 결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사회에 보탠 것과 보태지 못한 것, 나아가 부작용을 정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세대론의 주창자이자 얼굴 마담으로 대접받은 우석훈 역시 자기 성찰의 책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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