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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May 01. 2020

한국인의 순종성

얼마 전 BBC 한국 특파원 로라 비커의 트윗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 그런데 이런 부류의 태도는 그 밖에도 많다. "한국 국민은 국가에 순종적이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한다"는 외신의 비평을 또 다른 외신, 서양인 한국 전문가가 '한국에 대한 무지'라며 비판하는 광경 말이다. 한국은 대통령을 시위로 몰아낼 정도로 저항정신과 시민의식이 강한 나라라고 강조한다. 저분들이라고 한국을 뭘 알길래 자신감 있게 가르치나 싶다.


한국은 공이 사에 우선하는 나라다. 국가로 대표되는 공적인 것에 개인이 종속되는 전통이 있다. 대규모 사회 운동 역시 공적 대의를 중심으로 발생했고 공공의 순수성을 보호하기 위해 사익이 개입되는 것이 억압돼 왔다. 탄핵 집회는 국가를 바로 세우라는 대의에 국민이 헌신하며 응답한 사건이었다. 한국에서 방역이 상대적으로 잘 된 것이 단지 국민적 습속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탄핵 집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공공의 당위에 한국인이 품은 순응성에 대한 반증이 아니라 증거다.     


저 '한국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대규모 촛불 집회는 예외적인 사례고, 노동쟁의 퀴어축제 등 나머지 대부분의 시위가 사회 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터부시 되는 건 모르는 모양이다. 공권력을 담지하는 '경찰'과의 충돌을 검열하는 '준법 시위'가 촛불 대열 내부에서 무엇에도 우선시되는 모토였다는 것도. 사회 운동 단체를 '운동권'이라 부르며 배격하는 분위기가 얼마나 강한지도 모를 것이다. 여기서 '준법 시위'는 우리는 국가의 질서를 해치려는 '운동권' 같은 세력이 아니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거리에 나온 이들이라고 모범 국민의 신분을 인증한 아이덴티파이 카드였다.     


한국 국민은 정부를 향한 한탄은 품고 살아도 정부 너머에 있는 국가를 향한 의문에는 명확히 다다른 적 없다. 몇 년 전 유행한 '헬조선' 역시 국민이 국가를 뜯어고치는 선택지가 막혀 있는 상태로 억압된 스트레스가 들끓은 신조어였다. 국가에 복종하거나 국가를 포기하는 양자택일의 선택지 밖에 주어지지 않은, 개인에 대한 국가의 강한 우위를 입증하는 역설이었다. 지금 나라를 달구는 '방역 일등국'의 국민적 자부심을 보라. 이 땅에서 국가란 관념을 제 머리 위에 이고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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