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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Jun 07. 2023

정말로 '머글'들이 케이팝을 듣고 있을까?

패션 잡지 엘르 기사 촌평

'왜 해외 '머글'들이 뉴진스와 피프티 피프티의 노래를 듣게 된 걸까?'


굉장히 길지만 굉장히 빨리 읽히는 글이다. 어쨌건 케이팝이 '듣는 음악'이란 점을 환기시키는 내용. 글에서 제시된 현실 인식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피프티는 해외 '머글 픽', 그러니까 해외에서 대중들이 노래를 좋아하는 게 확실해 보인다. 노래가 흥행한 경로와 케이팝 신 내부에서 아무런 지분이 없었던 그룹 인지도, 기사에서 지적된 대로 케이팝 팬덤 규모를 반영하는 유튜브 조회수와 해외 스포티파이 차트 순위의 까마득한 괴리감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뉴진스는 프로모션이 훨씬 크게 들어갔고 케이팝 북미 최고의 브랜드 하이브와 여자 BTS란 기대감을 업고 데뷔했다. 뉴진스 해외 음원 성적이 좋은 건 물론 노래의 힘이겠지만 그게 '머글'들의 선택인지 케이팝 팬덤의 선택인지, 그 둘의 비중이 어느정도인지 따져 봐야 한다.


뉴진스의 음악 컨셉 '이지 리스닝'이 시장을 선도하는 결단이라고 상찬하는 전문가들이 있고 이 글을 쓴 필자도 그렇게 써 놨다, ‘이지 리스닝’은 뉴진스가 데뷔하기 전에 이미 국내외에서 조성된 흐름이다. 해외에선 박자의 약동감이 녹아 있는 부드러운 음악이 메인 스트림을 이룬지 한참 됐고, 국내 차트로 한정해도 역주행 신화를 쓴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아이브 노래도 이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뉴진스의 성공 비결과 특별함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한 것이란 진단도 현실에 안 맞는다. 뉴진스는 데뷔와 함께 MV 다수를 동시다발적으로 투하하는 스펙타클을 부렸고, 멤버 마다 명품 앰버서더를 맡고 있으며, 독자적 팬 소통 어플 포닝을 개발했다(이런 케이스는 현재 뉴진스 외에 아무도 없다). 이들은 케이팝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노래 외적인’ 전 방위 프로모와 마케팅과 함께 데뷔했다. 큰 콘셉트 '레트로'가 개별 노래를 감싸 안고 있으며, 그것이 국내 흥행의 비결이란 점을 떠올려도 뉴진스는 단순히 노래에 집중하는 그룹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기획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케이스지.


피프티 얘기로 돌아가면 이들이 해외에서 '머글 픽'이라 쳐도 그걸 케이팝이 선택 받은 거라 볼 수도 없다. 그룹 제작자 인터뷰를 보니 기획 단계부터 케이팝 바깥의 해외 대중을 노렸다고 한다. 케이팝이란 브랜드는 이십 년 간 해외에서 팬덤을 축적했다. 기득권이 있는 기획사들은 그 파이를 나눠 먹는 게 효율적이겠지만, 거기 낄 수 없는 군소 회사가 시장 바깥으로 항해한 결과 대형 회사 아이돌 누구도 이루지 못한 해외 시장에서의 대중적 히트에 상륙했달까. 이걸 뒤집어 보면 케이팝은 서구에서 듣는 사람만 듣는 팬덤 음악, ‘오타쿠 음악’으로 통하기에 확장성이 제한되는 성격이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큐피드는 ‘듣는 음악’으로서의 케이팝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케이팝이라고 인식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빌보드에서 성공한 건 아닐까. 이렇게 본다면 피프티는 대형 회사들이 참고할 교훈이 없는 게 아니라 참고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례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케이팝이란 스티커를 이마에 붙이고 있고 자국 없이 떼어낼 수 없어서 그 바깥에서 수용되질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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