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형 멘토의 시대
오은영과 강형욱, 백종원은 2010년대 초반 멘토 열풍 이후 새롭게 멘토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다. 이전 시기 멘토들이 안철수, 김난도, 혜민처럼 보편적 권위에 기반해 삶에 대한 위안과 충고를 건네었다면, 이들은 특수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사람들에게 구체적 솔루션을 주는 존재다.
서로 다른 시기에 차례로 주목받은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지만 사실상 사람들에게 동일한 방면에서 추앙받고 있다. 바로 '인간 개조'다. 백종원은 자영업자, 강형욱은 견주, 오은영은 심리적 문제에 빠진 내담자를 다룬다. 오은영의 경우 그다지 지켜보지 않아서 도매금으로 넘기기 그렇지만, 백종원과 강형욱이 보여주는 모습은 코드가 명확하다. <골목식당>은 백 씨가 말 안 듣는 업주들에게 고통받는 모습이 방송 줄거리였고, 강 씨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그러므로 개 키우는 사람이 나쁘다)가 일관된 지론이다.
하지만 결론은 사람을 변화시켜 나가는 휴먼 스토리보다는 인간 개조의 실패에 가깝다. 이건 많은 사람이 유행어로 공유하는 통속적 믿음의 확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 백 씨와 강 씨는 유관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조차 사람을 고칠 수는 없었다고, 그들의 공인된 권위로 입증해 주는 것이다. 자연히 솔루션의 내용은 설명과 교육을 지나 대로와 호통을 전시하는 것으로 빠진다. 백 씨의 임무는 <골목식당> 중반부터 자영업자 정신 재무장처럼 보였고, 강 씨는 골칫거리 강아지와 멱살 잡이를 하다가 문득 고뇌에 빠져서 견주들에게 화를 내는 패턴을 반복한다(강 씨는 반려견주들을 대변하는 포지션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을 문제의 원인으로 비판하는 포지션이고 그래서 반려견 산업에 적대적인 이들이 그의 언동을 확성기처럼 퍼간다).
이들이 종사하는 분야는 현재 보편화된 생활양식과 밀접한 분야다. 비혼 가구 증가를 반영하는 집밥과 취업을 대신하는 생계 수단이 된 요식업 / 가족 구성원 감소에 따라 성장한 반려견 산업 / 출산율 감소로 무언가 의미심장한 존재가 되어 가는 외동 자녀들. 타인에게 이해심을 발휘할 여유와 공동체 의식이 꺼져 가는 시대에 많은 사람의 적개심을 사고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불친절하고 맛없는 음식을 파는 자영업자, 아파트에서 개 짖는 소리를 초래하는 반려견주, 노키즈 존이 등장할 만큼 공공의 적이 된 '잼민이들'.
저들이 뉴미디어 시대의 멘토가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능력 있는 사람들이고, 사람들의 실용적 니즈를 해소해 주고 있다. 오프에선 비싸서 구매할 수도 없는 솔루션을 온라인을 통해 배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집밥을 해 먹지 않는 사람,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 자식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멘토로 통한다면, 시대의 공통의식을 관통해 사람들 마음속 밑창을 '속 시원하게' 정화하는 '치유'를 제공하기 때문 아닐까. 이명은 '사회적 빌런 참 교육' 전문가 정도일까.
그 뒤편에는 서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전면적 단념과 사회 환경에서 이어지는 문제의 책임을 뿌리부터 개인에게 지우고 징벌을 요구하는 왜곡된 개인주의의 절대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