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C 워너비 Nov 27. 2016

박근혜-최순실-재벌 게이트

1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특종으로 폭발한 국정농단 정국이 드디어 하나의 흐름으로 수렴하며 전환됐다. 야3당은 분분하던 저마다의 당론을 대통령 퇴진으로 고정한 데 이어 대통령 탄핵을 결의했다. 남경필 등의 탈당 및 김무성의 탄핵 동조 선언으로 탄핵안 국회 가결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촛불 시위도 전환돼야 할 것이다. 지금껏 시위대 구호는 "박근혜는 하야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였다. 이제 이처럼 때 늦거나 모호한 구호가 아닌 명확한 주장을 노정할 때다. "박근혜를 탄핵하라". 마찬가지로 청와대로 가자고 하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새누리당사와 헌법 재판소로 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위력적이다. 그들에게 국민의 분노를 생생하게 직면하게 하여 탄핵 부결의 대가에 떨게 해야 한다.  


2


홍성수 교수는 국민의 정치적 요구가 "헌재는 탄핵안을 가결하라"는 사법적 절차로 환원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우려를 표해 왔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대의 민주제 국가에서 모든 정치적 의제는 어떤 국면에서든 사법과 제도를 경유하여 수행될 수밖에 없다. 가령 미국처럼 대통령 탄핵이 국회 의결로 확정된다면 그것은 국민의 정치적 요구가 입법부 다수결로 치환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대통령이 퇴진당해 마땅하고 퇴진하는 것이 국가 정상화에 부합하며 탄핵 외에 퇴진 경로가 없는 상황에서도 다른 방도를 찾으며 주저할 것인가? 국민의 또 다른 대표자 국회의원들에 비해, 임명직 헌법 재판관들이 선출직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건 대의 민주주의와 한층 윽물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행 한국 헌법 하에서도 탄핵이 곧 헌재 판결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의 외침이 광장에서 분출되고 언론이 그 외침을 전파하며 의회에서 그를 받아 안는 민주주의적 정치 과정이 탄핵의 결행을 이룬다. 헌재는 최종 결정을 내릴 뿐이며 그것은 동 떨어진 무인도가 아니라 일련의 과정의 수평선 위에 있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의제가 사법으로 환원되지 않도록 더 풍부하게 사회적 논의를 가져가는 것도 하나의 길이다. 헌재는 실은 정치적 논리에 이끌리는 곳이기도 해서, 그렇게 형성된 논의를 받아 안을 개연성이 크다. 04년 노무현 탄핵 심판 부결도 탄핵 반대 촛불 집회에 응답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지 않은가? 주어진 제도적 조건 하에서 우회와 절충을 통해 원칙에 도달하는 것이 현실 정치의 정신일 것이다.


3


탄핵은 불가능하다 비웃으며 탄핵 주장을 빠르고 시원한 결론에 목마른 사이다 갈증 취급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대통령 퇴진이 아니라 이선 후퇴를 당론으로 제시한 문재인의 팬덤이 그 당론을 보위하기 위해 특히 날뛰었다. 이번 정국은 초유이자 중차대한 헌정 농단이다. 처음부터 원칙이 가장 중요했고 거대하게 더해가는 국민의 분노를 따라 원칙을 관철하다 보면 전망이 보일 판이었다. 정국이 전환되며 태세 전환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 반성 좀 깊게 하길 바란다.


4


나는 현 정국이 사회의 근본적 균열이 터져 나온 만큼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라는 직관이 든다. 여러 층위에서 그렇지만 한 가지 명료한 정황을 말해보자. 어느새 새누리는 부울경에서 민주당에 이은 지지율 2등 정당으로 전락했다. PK 민심 이반이 고착되고 탈당 러시가 진행돼 새누리가 해체된다면 삼당 합당 이전으로 정치 지형이 돌아간다.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이루는 보수 2당과 자유주의 2당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다.


삼당 합당 이전의 한국 정치는 춘추전국 시대였다. 노태우의 여당 민정당과 김영삼의 통민당, 김대중의 평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각각 TK와 PK, 호남과 충청을 국경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평민당을 뺀 삼당이 야합을 통해 합당하며 TK와 PK, 충청을 통일한 거대 보수정당, 지금의 새누리가 탄생한 것이다(이후 김종필의 자민련이 떨어져 나온 후 해산되며 충청은 독립했다). 그 결과 '야도'라고도 불리며, 군사독재 정권에 대항한 부마 민주화 항쟁의 성지 PK가 독재 정권 후신 정당의 영지가 되어 버렸다.


만약 충청도 출신에다 김종필을 후원자로 초빙한 반기문이가 새누리 탈당파에 합류해 신당을 창당한다면 삼당 합당 이전과 근사한 구도가 열린다. 호남-국민의당, 충청-반기문당, TK-새누리당, PK-민주당의 사국지(물론 호남은 국민의당의 장악력이 민주당에 대해 불완전하고 현재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나는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이 균열을 틈타 이념적 스펙트럼과 대표성이 확장되는 방향으로 정치 지형이 재편되는, 다시 말해 진보 정당의 지분이 확장되는 진일보를 바란다.


이상은 가설에 지나지 않으며 도식적 상상일 뿐이다. 비박 탈당파와 반기문이 국민의당과 한 살림을 차릴 가능성도 있다. 요점은 보수정당의 카르텔이 분열하고 있다는 거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형을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라가 망해도 여당을 찍는" '새누리 콘크리트 35%'의 한 실체는 수도권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PK와 TK를 고정 표밭으로 가지고 있었단 것이다. PK가 민주화 세력에게 반환된다면, 김영삼의 정치적 수도를 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적 정치적 출생지 영남에서 민주화 진영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며 지역주의의 맨땅을 들이받고 대연정 같은 허황한 승부수를 던지길 마다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오랜 염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 자신이 생전에 결코 그려 보지 못했을 방식으로. 그러나 PK 민심 이반은 02년 대선부터 민주당 후보에게 지지율을 허락하던 경향이 심화된 것이므로, 그가 뿌린 한 줌의 씨앗도 열매를 맺는 것임에 틀림없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인 문해력이 낮다는 미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