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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Dec 04. 2016

나쁜 몸, 흡연자

"설령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와도 10분가량은 흡연자의 폐 속에 담배 연기가 남아있어, 숨을 쉴 때마다 이 연기가 배출되는데요"  - "간접흡연, 우리의 뇌가 위험하다"

지금껏 간접흡연, 소위 2차 흡연을 넘어 3차 흡연의 위험성을 말하는 기사는 무수했지만, 이 기사는 거기에서도 한참 더 나아간다. 담배 연기가 밴 벽지나 가구에 니코틴이 있다거나 흡연을 하고 난 후 옷에 묻은 잔류 니코틴을 지적하는 것도 아니고, 흡연이 끝나도 무려 10분 동안 '담배 연기'를 뿜어 낸다고 얘기한다. 이런 놀라운 사실에 대해 아무런 출처나 근거도 덧붙이지 않는다. 흡연은 이렇게 불가항력적 재앙으로 묘사된다. 

간접흡연이란 개념이 실존하고 건강에 침해를 줄 수 있다는 건 동의한다. 구체적 피해 양상이 궁금하다는 거다. 흡연 후 10분 동안 배출되는 담배 연기가 흡연 도중 뿜는 담배 연기와 어떤 차이가 있고, 그것이 어떤 수준으로 누적되면 건강에 얼마나 장애가 생기는지 알려 달라는 거다. 이런 기준 없이 간접흡연의 위험에 벌벌 떠는 건 합리성이 없다. 가령 김치 같은 발효식품에는 소량의 알코올이 들어 있다. 하지만 김치를 반찬으로 먹는 다고 술에 취하거나 간이 상하지는 않는다. 

간접흡연이 상관없다는 게 아니다. 그것을 전달하는 언론 및 사회 관행에 의문을 표하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흡연은 악마의 연기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양쪽으로 건강을 망치는 죄악으로 선정적으로 묘사된다. 티브이에서 흘러나오고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붙은 '금연 공익광고'에는 상담 프로그램과 금연 보조제를 준비했으니 보건소를 방문하라든가, 금연 방법에 대한 조언은 찾아볼 수 없다. 흡연자의 폐가 썩어 문드러지고 인후에 구멍이 뚫리는 끔찍한 이미지만 넘쳐 난다. 아무런 효용도 없이 공포와 죄의식을 조장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흡연보다 훨씬 병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금연 정책은 흡연자를 악마 화하는 데 진력한다. 그들은 하찮은 쾌락에 취해 제 몸을 좀 먹고 남의 몸까지 파 먹는 해충들이다. 사회의 보건은 이렇게 개인의 수준으로 전가된다. 흡연자는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에 흡연의 병균을 퍼트리고 다니며 '우리'의 뇌에 구멍을 내는 타자, '나쁜 몸'이 된다. 이것은 프로파간다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전말이 불분명한 간접흡연에 대한 공포와 끔찍한 이미지의 금연 광고로 흡연자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며 정부는 책임을 방기 한다. 이렇듯 실질적 대책 없는 징벌적 캠페인의 효과는 하나다. 담뱃세 인상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저런 선정적 광고와 뉴스는 담뱃세 인상 시기 전후로 늘어났다. 

나는 담배를 물고 길거릴 쏘다니며 연기를 흩뿌리는 사람을 지탄한다. 하지만 인파가 빽빽한 대도시에서 아무리 길모퉁이에 멈춰서 담배를 피워도 근처에 지나가는 행인 누군가는 불쾌해할 것이다. 담배를 팔아서, 그것도 가격을 두 배로 인상해서 배를 두들기는 국가도 책임을 져야 한다. 담배 연기가 비흡연자를 습격하지 않도록 분리된 공간을 마련해달라. 담배를 파는 곳에 비해 흡연 구역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도 저도 아니면 아예 금연을 강제하도록 담뱃세를 지금보다 대폭 인상해야 한다. 이런 제도적 대책 없이는 '흡연충'이라는 비난에도, '간접흡연'이라는 눈총에도 승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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