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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Apr 26. 2017

한국인 문해력이 낮다는 미신2

종종 그런 물음이 든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자신들의 문해력이 낮다고 믿는 걸까. 혹은 그렇다고 생각하고 싶어 할까. 어제도 페이스북에서 한국인들을 까막눈,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들"에 빗대는 머니투데이 기사가 공유되는 걸 봤다. 즉각 관련 포스팅을 썼지만, 크게 의아한 주장이다. 저 글을 쓴 기자는 한국인 91.5%가 oecd 평균 보다 문해력이 낮다고 주장하며 piaac 보고서를 인용한다. 정작 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문해력은 조사대상 oecd 회원국 중 평균이다. 아래 첨부한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OECD가 발행한 영문보고서에서 "91.5"라는 숫자로 검색까지 지만 기자가 주장한 내용은 없었다. 어제 이런 의문점을 머니투데이 트위터 계정으로 질의했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다.


머니투데이 기사에선 낮은 문해력의 원인으로 스마트 매체와 입시교육 등이 지목된다. 하지만 스마트 매체 사용률이 높고 입시교육을 받고 있거나 마친지 얼마 안 된 젊은 세대(16~34세)의 문해력은 OECD 상위권이다. 앞뒤가 맞는 분석인가? 자신이 인용한 PIAAC 보고서를 조금만 주의 깊게 봤다면 이를 수 없는 판단이다.  



OECD 평균이란 위치는 젊은 세대의 높은 문해력과 늙은 세대의 최하위권 문해력이 종합된 결과다. 이런 격차에 주목해 "한국인은 나이를 먹을수록 지적 능력이 감퇴한다"고 낮은 독서량을 걱정하는 기사도 발행되곤 한다. 타당한 관점이지만, 특정 시점에서 조사한 세대별 현황을 하나의 생애주기적 흐름으로 엮는 다는 점에서 의심해볼만 하다. 지적 역량에 관한 변수는 연령 뿐 아니라 학력과 직업 상태, 계층 상태 등 다양하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구십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산업화 시절 10대ᆞ20대를 보낸 중년 세대는 교육율이 낮다. 문해력은 부모의 학력 및 계층과도 상관관계가 있는데, 중년 세대의 부모 세대는 당연히 학력이 더 낮을 것이다(한편, PIAAC는 비숙련 노 종사자일수록 읽기 역량이 낮다고 보고하는데, 이런 직업 변수와 연령 변수의 상관관계도 검토해야 한다). PIAAC 보고서 역시 문해력은 학력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가리킨다. 한국은 조사대상국 중 문해력이 빠르게 상승한 국가다. 즉, 사람들이 낮은 문해력의 요인이라 생각하는 입시교육이 오히려 문해력을 높여주는 요인일 수 있단 뜻이다.


이런 해석의 촌극은 "우리나라는 입시교육이 문제야" 같은 상투적이고 피상적인 인식 탓에 일어나는 것 같다. 입시든 대학 수업이든, 주입식 교육의 요점은 활자와 텍스트를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방식의 교육은 문해력을 키우기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입시교육과 문해력이 적대적 관계라 생각한다면 '문해력'이란 개념을 막연하게 이해하고 미화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문장의 뜻과 행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 세상의 모든 지적 불협화음을 일거에 소거해줄 마법의 열쇠 말이다. "한국인은 문해력이 낮다"라고 냉소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문해력을 오해하는 것일지 모른다.


PIAAC에서 재미있는 대목은 한국인은 조사된 역량 중 문해력이 가장 높고, 수리력과 컴퓨터 사용능력은 그것보다 조금 쳐진다는 사실이다.



지만 누구도 "한국인은 수학을 못해서 문제"라고 말하지 않는다. 컴퓨터 매체의 일상화가 문해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통계적 사실에 비췄을 때 아이러니한 분석을 할 따름이다. 왜 다들 그렇게 문해력만 근심하는 걸까. 오래 전 "한국인 문해력은 OECD 최하위"라는 통계가 기사화됐을 때 받은 충격이 강렬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뿌리 깊은 이유가 있진 않을까. 문해력이 "우리 나라는 소통이 문제"라거나 "우리 국민은 민도가 낮다"거나 "왜 이렇게 내 주위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 같은 불만을 입증해 는 테마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 혹은 '우리'를 뺀 모든 타인과 이 세상을 향해 내가 겪는 불만의 책임을 떠넘기고 싶은 건 아닐까.


한국인 문해력을 한탄하는 기사가 발행될 때 마다 큰 호응이 따르고, 지식인이란 사람들마저 그 진위를 가늠하는 과정을 건너 뛴 채 낮은 문해력의 이유를 진단하기 바쁜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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