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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Apr 26. 2017

한국인 문해력이 낮다는 미신3

"읽어도 이해 안돼" 낫 놓고 기역자 모르는 사람들"

위 기사를 다시금 거론한다. 앞선 글 "한국인 문해력이 낮다는 미신2"에서 말했듯이, 한국인 91.5%가 평균 문해력 이하라고 주장하는 기사인데, 나는 한국인 문해력이 OECD 평균이라 밝히는 최신 통계와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상하게도 이 기사는 바로 그 piaac 통계를 인용했는데, 91.5%라는 숫자가 어떻게 나온 건지 궁금했다. 트위터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내 계정을 팔로우하는 '오토맽'님께서 머니투데이에 문해 답변을 받아 전달해주셨다



설명인즉슨, piaac에서 문해력 등급을 나누는 여섯 구간(수준1 이하, 수준1, 수준2, 수준3, 수준4, 수준5) 중 수준3 집단(276점 이상 326점 미만)이 평균에 해당하는데, 본인이 셈해보니 4,5수준 한국인 비율이 7.9% 밖에 안 돼서 그걸 뺀 나머지를 평균 이하라고 규정했다는 거다(100에서 7.9를 빼면 92.1%인데 91.5%라는 숫자는 대체 뭘까?).


내가 확인한 바로는 piaac 보고서에 수준3 집단이 평균이라는 표현은 없다. 보고서에서 각 수준을 정의한 바에 따르면 1수준 이하는 문해력 최하위 구간, 2수준은 하위 구간, 3수준은 상위 구간, 4수준 이상은 최상위 구간이라 정리할 수 있다. 다만 OECD 평균 점수가 273점이니까 3수준이 표본 집단 중 얼추 평균구간에 해당하긴 한다. 하지만 4,5수준 집단의 비율이 OECD 전체 평균 상으로도 11.1% 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평균 이하'란 개념을 이런 식으로 쓰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세계에서 공인된 선진국 집단이라는 OECD 국가들에도 '평균 이하'의 비문해자가 90%나 있고, 독보 문해력 1위 국가 일본에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들 숫자가 80%나 된다.


PIAAC 보고서에 따르면 3수준의 정의는 이렇다.


"수준 3에 해당하는 성인은 문장이 어렵거나 긴 지문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다룰 수 있다. 여기에는 연속적이거나, 비연속적인 지문, 혹은 여러 가지가 섞여있거나 여러 페이지의 지문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지문의 구조와 수사적 장치를 이해하며 하나 이상의 정보를 구별해내고 해석하거나 평가하고 적절한 추론을 할 수 있다. 여러 단계의 과정을 수행할 수 있으며 관련 있는 데이터를 모순적인 정보 속에서 찾아내어 응답할 수 있다."


'어렵거나 긴 지문' 혹은 '복잡하고 긴 지문'이란 표현이 3수준부터 처음 등장하는데, 여기서부터 '평균 이상'의 문해력을 갖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해력은 물론, 한 국가 국민의 역량 수준을 가늠하려면 그 중 평균이 어느 수준인지를 중심으로 말해야 한다. 소수를 차지하는 최상위 집단(4,5수준)이 아니라 말이다. 아무리 문명화된 국가라도 어려운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적기 마련이다. OECD 국가별 문해력을 수준별로 정리한 아래 도표를 읽어보라.



전부 2,3수준 집단이 다수고 최하위 1수준 이하와 최상위 4,5수준 집단은 소수다. 실제로, piaac를 해석하고 정리한 한국 보고서(『한국인의 역량, 학습과 일』)에서는 "상위 수준(3,4,5 수준)에 속하는 성인의 비율이 OECD는 50%이며, 한국은 49.8%로 거의 평균 수준이다."라고 평가한다. 한국(41.7%)은 일본(48.6%), 슬로바키아공화국(44.4%)과 함께 3수준에 해당하는 성인인구의 비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가장 높은 나라다.


머니투데이 측은 "한국의 4순위 이상" 문해자(7.9%)가 미국(10.9%) 등의 나라 보다 적어서 한국인 문해력이 낮다고 평가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는데, 도표를 보면 알겠지만 미국은 그 3%를 뺀 전체 수준에서 한국보다 문해력이 낮은 나라다. 당연히 종합 순위도 한국보다 낮다. 도대체 누가 이런 식으로 통계를 인용하는가?


백번 양보해서, 한국인은 문해력이 낮지는 않지만, 고급 문해력을 가진 사람은 OECD 평균에 비해 다소 적다고 평가할 순 있다. 그렇게 말한다면 정확한 해석이지만, 최상위 문해자의 비율이 몇 퍼센트 가량 적다고 해서, 선진국 중위권 수준의 문해력을 가진 국민을 "한국인의 문해력은 심각한 상태다"라고 평가한다? 그것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자극적 제목을 달고? 이건 사실 왜곡이다. 왜 이런 기사가 나왔는지 전모를 알고 나니 허탈할 지경이다.


통계에 정확히 기반하지 않은 한국인 문해력이 '매우 낮다'는 기사는 뜨기만 하면 SNS에서 수천회 공유되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아무리 지적해봐야 그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만큼도 공유가 안 된다. 이쯤되면 문제는 문해력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만 보는 인지편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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