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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화자 Apr 26. 2017

글 쓰는 할머니의 오늘 이야기-18

보물찾기


                                                 

보 물 찾 기

                                                   신 화 자  

  보물섬을 발견하고 엄청난 보물을 찾은 것도 아니건만 ‘보물찾기’는 뭔가를 찾아내서 기쁘고 즐거운 놀이다.  문학회 수련회에서 보물찾기를 했다. 오래간만에 동심으로 돌아간다. 저마다 보물을 찾겠노라 이곳저곳을 탐색한다.  찾는 순간 찾았다는 기쁨은 다만 동그라미가 그려 있을 뿐인 종이쪽지라도 반가워서 쾌재를 부른다. 풀숲에서 나무 등걸 사이에서 조약돌 밑에서 보물을 찾는 놀이를 하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보물찾기는 뭔가를 찾으려고 탐색하고 추리하고 발견하는 과정에 호기심과 스릴이 있다. 찾는 순간에는 성취의 기쁨이 있다. 옛날에는 소풍을 가면 보물찾기를 했었다. 상품이 걸려 있으니 혹시 횡재를 할 것 같은 기대도 있다. 나무틈새에서 풀숲에서 행운을 찾았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보물을 찾은 이들은 뜻밖에 횡재를 한 기분이다. 보물이라고 해야 다만 종이쪽지에 동그라미가 그려 있을 뿐이지만 감춰진 걸 찾았다는 성취감으로 즐겁다. 숨겨진 걸 찾는 놀이가 재미있다. 놀잇감이나 장난감이 마땅치 않았던 어린 시절에는 심심해서 찾기 놀이를 했었다. 장난감이 많고 놀이가 다양해진 요즘 아이들도 찾기 놀이를 좋아한다. 찾기 놀이는 시대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은 무엇을 감춰놓고 찾는다든가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단순한 놀이를 좋아한다. 술래잡기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문 뒤에 숨는다. 책상 밑에도 숨는다. 아늑한 공간에 몸을 숨기고 술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숨소리도 크게 내지 않는다. 술래는 이곳저곳 있을만한 곳을 탐색하고 찾아내느라 긴장을 한다. 아이들은 술래잡기 놀이를 좋아하고 스카프나 보자기를 가지고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까꿍 놀이는 마술을 보는 것처럼 좋아한다. 호기심으로 탐색을 하고 발견하는 그 순간의 아슬아슬함에 흥분하고 찾았을 때의 짜릿한 쾌감을 즐긴다. 보물섬이야기나 신대륙을 발견하는 영화와 소설은 모험과 스릴이 있기 때문에 재미가 있다. 발견의 재미는 비밀을 파헤치는 듯 묘한 쾌감을 안겨준다. 보물찾기는 실제로 보물을 찾고 노다지를 찾으면 크게 횡재를 하는 일이지만 보물이 아니면 어떠랴. 숨겨 진 물건을 찾으면 보물이 되는 것이다. 찾기 놀이의 매력이다.     

 서울의 어느 구역에서 보물찾기 게임이 열린다는데 이 행사는 ‘증강현실’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증강현실”은 스마트 폰 카메라를 통해 눈으로 보는 주변 환경에 컴퓨터로 만든 3D 그래픽등 가상정보를 얹어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 새로운 보물찾기 게임은 스마트폰의 GPS를 활용해 이곳저곳을 누비며 보물을 찾는 방식이란다. ‘소중한 것은 사라질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라는 주제로 인간관계를 단절하는 게임을 소통의 매개체로 바꾸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데 혼자보다는 여럿이 힘을 합쳐서 힌트를 얻고 친구나 가족끼리 의논을 해야 보물을 모두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증강현실게임’은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놀이이므로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낸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놀이에 집중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늙은이의 감각으로는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알쏭달쏭한 이런 보물찾기 놀이는 앞으로 더 발전할 것 같다.   

  놀이도 아니면서 일상에서 찾는 일이 다반사로 계속된다. 안경을 찾아서 헤맨다. 열쇠와 핸드폰과 소소한 일상의 잡동사니들을 숨바꼭질 하듯 찾아서 헤맨다. 핸드폰은 전화를 걸면 신호가 가고 바로 응답을 하므로 쉽게 찾는다. 열쇠나 안경은 답답하다.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물을 수도 없다. 없어졌다고 애를 태우다가 찾는다. 어디 갔다고 누가 어쨌다고 찾는다. 발이 달려서 어디로 간 것이 아니다. 없어진 것도 아니고 사라진 건 더욱 아니다. 감각이 무뎌서 옆에 두고도 못 본다. 아무 생각 없이 손에 들었던 물건을 내려놓고 안 보이면 못 찾는다. 담겨 있던 그릇을 바꾸거나 장소를 옮기면 찾느라 애를 먹는다. 잘 간수하겠다고 깊숙한 곳에 넣어두면 안 보여서 못 찾고 때로는 어디에 두었는지 넣어 둔 곳을 잊어버려서 또 못 찾는다. 이틀 동안 찾느라 애 쓰던 돋보기는 책상 뒤로 넘어가 있었고 전정가위는 고추밭 가에 버려져 있었고 은행 통장은 오래 된 통장 묶음 속에 섞여 있었고 usb 메모리칩은 아직도 못 찾았고 지갑은 택시에서 떨어뜨린 후 돌아오지 않았다. 생각 없이 내려놓아서, 또는 엉뚱한 곳에 두어서 못 찾는 경우 등 보물찾기가 일상이 되고 있다. 오늘은 이걸 찾고 다음 날은 또 다른 걸 찾느라 허둥댄다. 감각은 무디어 지고  건망증은 심해져서 이것저것 찾는 일은 점점 더 늘어 갈 것이다. 내 것이지만 찾아내면 횡재라고 보물을 찾은 듯 반갑다.

  남편이 보물을 찾았단다. 당신 방 책상위에 있는 탁상거울 밑에다 돈을 숨겼는데 누구 짓인지 궁금하다면서 보물이라도 찾은 듯 흐뭇한 표정이다. 문자를 보낸다.

 “아버지가 보물을 찾았다는데 누구 짓이지?”

 다음 날 노트북을 열었다. 그곳에도 신사임당 여사께서 몇 장 누워 계신다. 자식들이 다녀갔으니까 누구 짓인지 알 만하다. 문자를 보낸다.

 “야호~ 나도 보물 찾았다. 고마워~”  

 생색을 내지 않고 용돈을 주고 간 것이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고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다. 가끔씩 자식들이 보물을 숨기듯 용돈을 놓고 간 날은 보물을 찾아서 즐거운 날이 될 것이다. 건망증으로 해서 무언가 없어진 날은 보물을 찾는 셈 치고 느긋한 마음으로 찾아 볼 일이다. 찾아내면 보물인 듯 반가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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