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곽지 바다

모래섬을 이룬 금능바다(2025.8.15.)

by 소예

제때를 만난 바다를 매일 마주한다.

사진도 안 찍고 글도 안 쓰고

사람들이 가득한 바다를 매일 그냥 지나쳤다.


지난 월요일 조퇴를 냈다.

큰딸과 북 카페를 갔다가 매생이 갈비탕을 먹고

금능 해수욕장에 차를 세웠다.


물이 얼마나 빠졌는지,

비양도까지 사람들이 걸어갈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물 위를 왔다 갔다해도

안심되는 곳.

평온한 바다를 딸과 함께 걸으며

작은 행복을 맛보았다.


20250815_105704.jpg 성수기 끝자락에 (8.15.10:57.)

지난 주말, 서울 나들이를 했다.

청주, 제주 촌사람 다섯이

설렘 가방 하나씩 등에 매고 버스에 올랐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기 전,

백화점에서 비싼 냉면을 먹고

비싼 스피커와 가구를 구경하고

네 개의 벽돌 가방을 물품보관소에 맡기고

졸졸졸 샤롯데씨어터로 향했다.


왼쪽 맨 앞줄 2자리와 두 번째 줄 3자리가 우리의 자리였다.

올려보는 불편함이 있겠다 싶었는데,

공연이 끝난 후 티켓팅한 나 자신을 얼마나 칭찬했는지.


탭댄스의 매력에 빠졌다.

인형 같은 배우들에게 빠졌다.

커튼콜 때 배우들과 하이파이브 하며

함께 박수 치고 춤췄던 영광의 시간을

나는 평생 잊지 않을 계획이다.


이태원 숙소로 가기 위해 부른 택시는

얼마나 럭셔리했던가.

고급 안마의자 같은 의자에 앉아

서울 시내를 보는데,

내가 뭔가 대단한 인사가 된 기분이었다.


숙소에 짐을 놓고

멀룽멀룽 이태원 거리를 걷다가

서울 로또도 두 장 사고

타코 가게로 들어갔다.


와우.

퐈이팅 넘치는 네 명의 여인들 웃음소리에

열 명이 넘는 외국인 손님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하 호호 얼마나 즐거운 일이 있는지,

덩달아 우리의 기분도 업업 되었다.

처음 먹어본 멕시코 음식이 맛있었고

각자 다르게 주문한 술을 돌아가며 맛보는 재미도 좋았다.


서울의 밤, 무지개분수쇼를 보러 한강으로 고고.

비어 가든에서 스텔라 맥주(16,000원이랍니다) 한 잔씩

손에 들고 알록이달록이 분수쇼를 멍하니 보던 밤.


고막을 때리는 음악과 얼굴에 튀는 물방울,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일시에 정지되고

지상낙원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구나.

이렇게 행복하면 그만이지.

그냥 그런 생각이 오래오래 들었다.


서울 사는 동기 녀석이

언니를 위한 날씨의 기적이라고 했다.

날이 더웠다면 꿈도 못 꿨을 일이었다.


강바람을 맞으며 잠수교를 걸었다.

둥근 달도, 높이 솟은 아파트들도

모두 모두 그림같이 예뻤다.


아직 넉 달이나 남았지만,

올해 가장 행복한 날이 아니었나 싶다.


30,40,50대가 모인

알다가도 모를 조합의 다섯 명.

그들과 함께여서

그들이 그들이었기에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오늘 같은 날이 또 있기를

기대하며

다시 뚜벅뚜벅 걷는다.


<2025.8.9.>의 일기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