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가을 곽지 바다(2025.11.06.)
추위에, 바람에 며칠 나서지 못했던
점심 산책이 오늘은 가능했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과
잔잔한 파도와
파아란 하늘과
투명한 바다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속을 다 내 보이는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다는 직원 언니는
2년이나 남은 제주 살이가 벌써 아쉽다고 했다.
이렇게 예쁜 바다를 두고 어찌 가냐고.
혹독한 겨울을 아직 못 만나서 그런 겁니다.
라고 말하진 않았다.
곧 알게 되실 테니까.
찍은 사진을 전부 올려두고 싶은 날.
쨍한 하늘이 좋은 날이 있고
잔잔히 밀려드는 파도가
평화로 다가오는 날이 있다.
오늘처럼.
어제 좋아하는 작가님의 블로그를 봤는데,
큰딸 생일을 맞아 작은 자랑을 하셨다.
딸이 6학년 때, 엄마가 보기에 탐탁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는 걸 염려했더니
그 딸이 그랬단다.
"그럼 그 애는 좋은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잖아."
작가님이 자랑할만 하구나.
정말 머리를 띵~ 하고 얻어맞은 것 같았다.
어제 학원을 마친 둘째를 데려오면서 그 이야기를 해 주었다.
"와. 미쳤다. 나도 그래야지. 나도 꼭 그런 사람이 될래."
이러는 게 아닌가.
나보다 더 감동받은 딸을 보며
나도 슬쩍 자랑하고 싶었다.
"세상에, 우리 딸이 전교 1등이랍니다."
제주의 작은 촌동네 중학교지만,
다음 주 기말고사로 바뀔 수도 있지만.
딸과 나는 이 짧은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엄마, 맘껏 즐겨. 곧 없어질지도 모르니까."
"그랴그랴."
아무도 알지 못하는 농담을 둘만 즐기는 요즘이다.
"전교 1등 피곤하니까, 타래 똥 좀 갈아줘."
"우이씨. 너 1등 하지 말고 그냥 타래 똥 가는 거 해."
히히.
그렇게 우리는 밤마다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