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리 옆 금성리 (2024.1.15.)
십년지기 친한 이모와 점심을 먹고 무인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금성리 바다 앞에 작게 지어진 무인 카페는 오늘도 아무도 없었다.
자주 찾는 곳은 아니지만, 갈 때마다 전세 낸 기분이다.
레몬청 한 잔에 삼천 원, 계좌로 송금하고 잠깐 이야기하다 나왔다.
차에 오르기 전 사진을 찍었는데,
날도 추운데 맨날 보는 바다를 뭐 하러 찍냐고 이모가 물었다.
바다 사진 올리는 곳이 있어 요즘 매일 찍는다고 지나가듯 말했다.
이놈의 제주 날씨. 좀 괜찮아진 듯하더니
또 미친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어디에 닿자마자 흔적을 감추는 눈송이도 계속 흩날리는 중이다.
밀물 때라 물이 가득 찼지만,
썰물 때는 바닷길이 열린 것처럼 저 멀리까지 돌 밭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봄이 되면 저 돌밭에서 '깅이'를 잡으면서 놀았다.
작은 게인데 어찌나 빠른지, 큰 돌을 들었을 때 사방으로 도망치는 수십 마리의 게들이 떠오른다.
장갑을 껴도 무서워 나는 주방 집게로 그 조그만 게들을 잡았다.
나는 아이들보다 겁이 많다. 소리를 하도 질러서, 잡고 온 날은 목이 쉴 정도였으니.
그래도 그 게들을 튀김가루에 살짝 쳐서 튀기면
세상 맛있는 맥주 안주가 된다.
관절이 좋지 않은 노모를 위해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깅이를 가득 잡아가던 아저씨도 생각난다.
금성리는 곽지 바로 옆에 있는 동네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닌 '곽금 초등학교'는 곽지와 금성의 지역명을 땄다고 한다.
여기나 저기나 그냥 촌이다.
곽지가 관광지이긴 하지만, 해수욕장 개장 시기 외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해가 지면 깜깜하다.
그나마 해안 데크에 설치한 알록달록 조명이 있어 암흑이 아닐 뿐.
저녁엔 성당 친한 언니들과 모임이 있다.
가족들이 다 부산으로 가서 집이 비었다며 이쁜 언니가 우릴 초대했다.
맛있는 것을 해 줄 모양이다.
음식 솜씨가 뛰어난 언니라 벌써 기대가 된다.
춥다.
몸도 마음도 춥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좋은 사람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몸을 좀 녹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