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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곽지 바다

바다색이 예쁜 오늘 (2025.1.16.)

by 소예

바람과 추위가 여전하다.

썰물 때인 아침, 바다색이 예쁘다.

모래 둔턱이 보일 만큼 물이 빠지고 있고, 바다색은 살짝 에메랄드 빛을 띤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높이 치솟던 어제의 파도는 온데간데없다.


관찰일기는 아주 섬세한 작업이다.

동백나무를 두고 썼을 때는 잎 하나, 꽃봉오리 하나에 집중해서 사실적인 기록을 했었다.

바다를 두고는 쉽지가 않다.

가까이 다가가는 훈련도 되지 않고

깊이 없는 사색만 늘어놓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일기 쓴다 생각하고 계속하고자 한다.


2025.1.16.08:53.


이제 2월 말이면 서울로 큰 딸이 떠난다.

1,2월 사이좋은 모녀 사이가 되어보자 했건만, 쉽지가 않다.

함께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대청소를 하고.

이것저것 할 것들을 늘어놓았는데,

제대로 해내는 게 없다.


딱 하나 있다면, 필라테스를 함께 등록하고 다니고 있다.

월 8회 중 3회를 한 상태다.

나야 뚱뚱한 몸에다가 유연성 제로라지만,

이제 열아홉 인 딸은 키도 크고 말랐는데, 유연성이......

할 말이 없다.

스트레칭 동작 하나를 제대로 못해 다들 죽상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새해도 보름이 지났다.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다는데, 마흔을 넘자마자 곧 오십이 될 것 같다.

삼십 대 때,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를 읽었었는데,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얼마나 더 헤매야 하는지.

얼마나 더 헤매야 철이 드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도 감사하다.

출근하는 나에게 이불 속에서 눈도 뜨지 않은 채

'운전 조심해'라고 걱정해 주는 딸이 있어서.

퇴근하고 엉망인 집안을 보고 또 싸울지언정

나의 전부인 딸이 둘이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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