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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곽지 바다

용궁 파티 다음 날인가 (2025.1.14.)

by 소예

용궁에 파티가 있었나.

도대체 어디에서 떠내려온 것인지,

지난번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양의 잔해물이 모래사장을 덮었다.

알록이 달록이들아. 너희는 어디에 쓰였었니?

풍선도 아닌 것이, 풍선처럼 물기 먹은 모래에 박혀 있다.


바닷가 바로 앞에 10년을 넘게 살면서도

이렇게 가까이 나오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처음이다.

이렇게 많은 해양 쓰레기를 보는 것은.

태풍이 지나간 때도 이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마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이겠지.


썩는 것들이 아니니, 누군가의 손길로 해변은 곧 원래의 모습을 찾을 것이다.

자연과 피조물이 함께 있어야 하는 이유인 것 같다.


2025.1.14. 08:54


그 많은 쓰레기를 토해낸 바다는 여느 때처럼 흐른다.

얌전한 파도를 때때로 일으키며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출 수 없음을 알린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해에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에 갔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음에도,

온 물의 빛이 에메랄드였다.

입을 쩍 벌려 감탄했었다.


그러고 제주로 돌아온 어느 날, 곽지 바다를 보았다.

아름다운 에메랄드 물결이 수평선 끝까지 펼쳐 있었다.

뭐야. 그 호수 빛이랑 다를 게 없잖아.

열몇 시간 비행기를 타고, 고생고생 버스를 타고 갈 필요가 없었다.

그 뒤부터 나는

가까운 곳에 있는 자연의 매력에 눈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여름이 오면, 아니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눈호강할 바다 사진이 계속 올라올 것이다.

기대 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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