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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곽지 바다

눈 내리는 바다 (2025.1.10.)

by 소예

눈이 온다. 곽지에도 눈이 온다.

겨우내 두 번 정도 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 지 나흘 만이다.

바닷가 돌담에 눈이 묻은 정도고, 그것도 금세 녹아 사라지니

쌓인 눈이라고 적었던 나는 당당하다.

뻔뻔한 아침, 직접 운전을 하고 출근했음에 감사하다.

눈길 운전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제주 사람들은 눈이 오면 지레 겁을 먹는다.

얼지도 않은 땅인데 쫄아서 설설 기어가거나,

땅이 언 지도 모른 채 브레이크를 밟다가 360도 회전하는 차량들이 있다.

친한 언니가 춘천에 사는데, 눈길 운전에 두려움이 없었다.

경험의 중요성을 여기서 또 발견한다.

하지만, 나는 안전주의다. 눈이 쌓였다 싶으면 집에 있으면 된다.

체인을 착용한 튼튼한 버스를 이용하던가.


사본 -ASEC39.jpg 2025.1.10. 08:55.

몸집을 키운 파도가 방파제를 삼킬 듯 달려온다.

눈이 위에서 내리는 게 아니라 커다란 손을 가진 자가 뿌리는 것처럼 동쪽에서 날린다.

졸업 시즌이라 친한 언니들의 아이들이 오늘 졸업을 한다.

어젯밤만 해도 걱정이던 도로 상황이 괜찮아 참 다행이다.

코가 빨개진 채로 사진을 찍을 아이들이 떠오른다.

눈발이 날리는 운동장에서 좋다고 웃으며 뛰어다닐 아이들이 있어 오늘도 감사하다.


언젠가 지나갈 겨울이지만,

이 시간, 몸과 마음이 힘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는 것을 느낄 겨를도 없을 만큼 아프겠지만,

언니의 웃음을 나는 기억한다.


언니야, 우리

함께 기도하고, 함께 울고, 함께 이겨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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