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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곽지 바다

쉼없이 밀려오고 밀려나가는 (2025.1.9.)

by 소예

어제는 큰애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어 회사에 연차를 냈다.

하루를 건너 뛰고 만난 파도는 몸집을 더욱 키운 듯했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고, 공사 업체도 오늘은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동료 직원의 말에 바다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알 것 같았다.


충청북도교육청 산하 기관인 교육원이 내 일터다.

지난 12월 중순부터 3월까지 바닥난방공사로 휴원 상태라

회사도 나도 아이들처럼 겨울방학 상태다.

물론 출근은 하지만.


2025.1.9. 08:56.


어제 졸업식 후에 아이들과 도립미술관을 찾았다.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곳이라는 큰 애 덕분에 도립미술관을 자주 가는 편이다.

추워서 얼른 찍고 나온 사진인데, 여기에 올리려고 보니 바다보다 쓰레기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미술관은 현재, 제4회 제주 비엔날레, 아파기 표류기란 주제로 전시 중이었다.

해양 쓰레기를 모빌로 꿰어 천장에서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작품이 생각났다.

난해한 작품들 속에서 그 작품에 유독 눈에 들어왔는데,

평소에 내가 자주 보고 생각하던 것이었어서 그랬나 보다.

색깔별로 달아놓은 쓰레기들이 더럽게 보이지 않았다.

페트병, 과자 봉지, 마대, 노끈, 스티로폼, 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들이 제 존재를 뽐내며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인간의 민낯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점심시간에 해안 산책을 하다 보면 바다플로깅을 하는 주민이나 관광객을 볼 때가 있다.

읍사무소에 전화하면 쓰레기 담을 마대도 갖다 준다고 들었다.

이제 날이 풀리면 나도 동참해야겠다. 날이 풀리면.

지금은 춥다. 너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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