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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아나 May 03. 2022

홍콩에서 가성비 집 구하는 법

홍콩에서 집 구하기, 그 두 번째

삼십 대에 들어서 늦은 독립을  후에 나는 평균 1.5년에  번씩 이사를 하고 있다. 독립 2  홍콩으로의 국제 이사, 홍콩 안에서의 이사, 한국으로 돌아오는 국제이사, 한국 내에서의 이사, 올해 말과 내년 초에도 이사를 예정하고 있다. 당분간 자유롭게 살기로 마음먹은  거주에서의 안정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머무는 절대 시간이  집순이로써 아무 곳에서나  수는 없는 ! 웬만한 것의 쇼핑은 매우 빠르게 하는 편인데 집을 고르는 데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잠깐 머무는 곳이라도 최선의 장소를 고르려 노력하고, 발품의 중요성을 매우 높이 친다.


집 잘못 뽑으면 바람불때 이런 소리 납니다.. (feat. 홍콩에서의 뽑기 잘못한 첫 번째집)


홍콩에서 이사를 마음먹었을 때에도 그랬다. 급히 고른 첫 보금자리에 1년 정도 살아보면서 살고 싶은 동네를 두 군데로 추렸다. 해피밸리와 케네디타운. 해피밸리는 번화가와 약간 떨어져 숨어 있는 동네로 서울에서 비슷한 동네를 찾자면 서래마을이라 할 수 있겠다. 번화가인 코스웨이베이 뒤에 숨은 여유로운 동네. 숨은 까페와 맛집들이 있고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 그리고 프랑스 국제학교가 위치해서 프랑스인들이 많이 사는 것까지 서래마을과 닮은 곳이다. 케네디타운은 홍콩섬 지하철의 서쪽 종점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홍콩섬 서쪽에서 유일하게 평지인 곳이다. 센트럴에서 셩완, 사잉푼까지 홍콩섬 서쪽의 번화가는 언덕이 매우 심해서 한여름에 언덕을 오르다 보면 10초 만에 입고 나온 셔츠가 땀에 젖기 마련인데(중경삼림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있는 그 동네다), 케네디타운은 유일하게 평지에 위치해 있어서 걷기에도 좋은 동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가 바로 앞에 펼쳐져 있고,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적으며, pet friendly 하며 여유로운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연희동 정도의 느낌이랄까.


집 앞 공원. 아침마다 공원에서 단체로 롤린?


홍콩의 부동산 어플인 squarefoot 와 spacious, facebook group 두 군데 정도에 올라오는 매물을 약 30군데 정도 돌아다녔다. 부동산 agency 만 해도 어플을 통해서 또 로컬 친구의 추천을 통해 다섯 명 정도를 만나보았고, 집주인과의 direct 거래도 두 군데 정도 집을 둘러보았다.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홍콩섬 서쪽의 경우 대체적으로 월세가 매우 높은 편인데, 신축이면서 위치와 뷰가 좋은 경우에는 1 bedroom flat의 월세가 25,000 HKD(한화로 380만 원 정도, 요즘엔 환율이 올라 400만 원에 육박한다) 이상이었다. 결국 조건 중 몇 개를 포기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폐쇄공포가 있는 나는 케네디 타운의 바다가 내다 보이는 탁 트인 뷰는 포기할 수 없었고, 지은 지 좀 오래된 건물들도 포함해서 둘러보기 시작했다. 집에서 바라보는 바다 뷰는 너무나도 훌륭하지만 정말 홍콩할매귀신이 나올 것 같이 오래되고 무서운 집들이 모두 월세가 300만 원이 넘었다. 어떤 집은 바다 뷰는 없지만 널찍하고 숲 뷰에 보안도 잘되어 있고 인테리어도 괜찮았지만 잠깐 망설이던 와중에 일본인에게 계약을 뻇겨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대체로 많은 집들이 너무 좁고, 답답해서 내가 살고 있던 집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서른여개의 집을 보며 서서히 지쳐갈 때 즈음, 바다 뷰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리고 인테리어도 상당히 좋아 보이는 집이 집주인과 direct 계약을 하는 facebook group에 올라왔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보다 일찍 이사를 가게 되어 내놓은 매물이었다. 가격은 버짓에서 벗어났지만 구경하고 네고나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세입자와 연락을 하고 집에 보러 찾아갔다.


퇴근을 하고 Celine이라는 이름의 세입자가 알려준 주소로 찾아갔다. 상당한 구축 건물로 적어도 50년은 되어 보이는 외관이었으나, 로비는 깔끔한 편이었다. 80년대 홍콩 영화에 나올법한 복도의 모습이 싫지 않았다. 홍콩의 아파트들은 현관문에 덧문으로 철창문을 달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층의 6개의 호실에 유일하게 철창문이 없는 집이었다. 초인종을 몇 번 누르다가 고장이 난 것을 깨닫고 노크를 했다. 자신을 프랑스인이라고 소개하는 아시아인 Celine이 문을 열어주었다. Celine은 과연 프랑스인처럼 남자 사람 친구인 Henry와 2 bedroom flat을 쉐어 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나중에 파악한 바로는 룸메이트를 구하고 있는 서로를 파티에서 만난 둘은 성급하게 집을 쉐어하기로 결정하였고, 같이 살기 힘든 서로의 성격차이로 파탄을 맞아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계약을 파기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Celine이 보여주었던 거실과 본인의 방, 주방은 너무나도 깔끔했지만, 나중에 도착해 자신의 방 문을 열어주었던 Henry의 방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둘이 사랑하는 사이여도 같이 살면서 싸움이 날 것만 같은 간극이었다. 둘 다 갈라서고자 하는 마음은 동일하게 간절했던지 합심하여 친절하게 집 설명도 잘해주었고, 구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리노베이션 되어있는 인테리어와 넓은 구조, 무엇보다도 창밖으로 보이는 석양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이런 석양에 마음 빼았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내 버짓에서 50만 원이나 벗어나는 월세였다. 집을 보고 나와 케네디타운의 바다 앞 벤치에서 대만식 군만두를 친구와 나눠먹으며 방금 보고 나온 집에 대해 친구에게 한참을 설명했다. 방금 본 집을 너무 마음에 들어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친구가 협상안을 제시했다. 어차피 그 세입자들도 나가는 게 목적일 것 같은데, 집이 마음에 들고 바로 이사할 수 있지만 버짓이 모자란다고 우는 소리를 해보라고. Celine에게 친구가 말해준 대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자 마음이 급한 Celine 이 나에게 물었다. 너의 버짓은 얼마냐고. 그리고 곧 그녀는 나머지 계약 기간에 대해 너의 버짓과 현재 계약된 월세의 차액을 부담해 주겠다고 했다. 올레!!! 세상에 이런 행운이! 나는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두 배 이상 크고, 미치도록 아름다운 탁 트인 바다 뷰에, 위치까지도 좋은 집을 지금 내는 월세보다 3,000 HKD 만 더 내고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집주인과 직접 계약이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비용(보통 홍콩은 월세의 50%를 부동산 비용으로 지불한다)까지 아낄 수 있었다.


계약 전까지만 해도 집주인과 직접 계약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나 집주인 자매의 똑 부러짐을 보자 이 사람들은 사기 칠 사람들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집은 집주인 홍콩 자매들이 직접 살기 위한 목적으로 구매해서 레노베이션을 했던 곳으로, 홍콩에 많은 집주인들이 선택하는 세입자를 들이기 위해 구색만 맞추는 대충 기운 듯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거주 목적의 인테리어였던 점이 마음에 들었다. 홍콩의 아파트들은 빌트인인 경우가 대다수인데,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인덕션, 세탁기 등은 모두 깔끔했고, 오븐까지 있었다. 자신들이 직접 구매한 가전제품들을 상세히 설명해주는 집주인 자매를 보며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더 챙겼어야 하는 점은 입주 전 집 구석구석의 사진을 소상히 찍어놨어야 한다는 점이다. 똑 부러지는 성격의 집주인 자매는 내가 이 집을 떠나기 전에 모든 하자들을 찾아내서 보증금에서 차감하려 했다. 심지어 그 대부분이 내가 이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있던 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집주인들은 외국인 세입자를 들이는 경우가 많고, 홍콩은 워낙 사람이 외부에서 들고나는 곳이라 별의별 세입자들을 다 만나는 모양이다. 내가 살기 전 세입자 중 하나인 Henry의 경우에도 인터넷 비용을 내지 않고 연락이 끊겨서 상당한 금액의 연체료를 Celine이 혼자 부담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나에게 자신이 쓰던 매트리스가 중고거래 어플에서 잘 팔린다며 며칠만 보관해달라고 해놓고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더블사이즈 매트리스와 토퍼를 처리하느라 나도 며칠 고생을 했다. 그래서 상당수의 홍콩 집주인들은 집의 하자에 대한 보수비용을 세입자의 보증금에서 차감하려 한다. 내가 손상시키지 않은 하자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면, 이사 들어가자마자 모든 하자들을 파악해서 사진으로 증명을 남겨놓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홍콩에서는 두 달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지불하는데, 첫 번째 집의 집주인은 여유 있는 쿨한 언니라 이삿짐을 빼는 날 쿨하게 체크를 써줬지만 두 번째 집주인은 달랐다. 개인이 작성한 계약서이기 때문에 좀 더 상세하게 읽어봐야 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증금을 이사 후 한 달 뒤에 돌려준다는 조항이 있었다. 나는 이사 후 바로 한국에 돌아갔기 때문에 과연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한 한 달을 보내야 했다. 계약이 끝나자마자 똑 부러지는 자매들의 친절도도 똑 부러져버리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불안은 더욱 가중되었다. 집주인과 직접하는 계약은 돈은 아낄 수 있지만, 그만큼 계약서는 상세히 체크해 볼 것을 권장한다.


홍콩에도 포장이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삿짐을 풀어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나는 홍콩에서 포장이사 업체까지 찾아내어 이사를 무사히 마치고, 영원히 잊지 못할 소중한 나의 홍콩 집에서의 짧고도 달콤한 8개월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생전 처음 바다 앞에서 사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게되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어제와 다른 색깔의 바다를 바라보는 일은 아침에 눈을 뜨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여러분은 하늘의 색에 따라, 구름에 따라 바다의 색깔이 바뀐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바다는 에메랄드 색부터 짙은 코발트블루까지 매일 다른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강물 앞에 사는 사람은 우울해진다고 하던데, 우울증을 앓던 나는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늘 행복함을 느꼈다. 저녁 석양이 질 때면 창틀에 올라앉아 주황색으로 지는 해와 분홍색과 보라색, 그 사이 어드메의 하늘색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그 아름다운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나의 집 선택의 우선순위 조건은 늘 ‘뷰’가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며칠 전, 부동산 강의를 하는 언니와 만나서 집 선택에 대한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돈이 많다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를 정해서 선택을 해야 하는데, 선택의 기로에 앞서 저렴한 값에 휘둘려 나에게 중요한 조건을 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매우 많다고 했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차가 없는데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과 거리가 먼 동네를 선택한다거나, 밤늦게 돌아다니는 성향인데 치안이 불안한 동네를 선택한다거나, 벌레를 극도로 무서워하는데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건물을 선택한다거나. 나는 좁은 공간을 싫어하기 때문에 넓은 공간과 탁 트인 창밖 풍경이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귀가 예민하기 때문에 조용한 곳과 5월인 현재에도 전기장판을 틀고 자는 나는 따뜻한 집을 선호한다. 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 훌륭하게 들어맞았던 케네디타운 이 집에는 내가 살았던 어느 곳보다도 정을 주게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집에도 여러 단점이 있었다. 구축 아파트라 경비아저씨들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해 생활에 불편함이 있었고(택배수령 등), 복도는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다. 화장실은 낡은 편이었고, 개수대가 작아서 그릇을 쌓아놓지 못하고 그때그때 설거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관문이 우리나라 방문 재질로 튼튼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의 삶의 질에 가장 중요한 조건만 만족시키면 나머지는 절충하면서 살게 된다.


다시 홍콩에 돌아간다 해도 아마 나는 케네디타운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적당한 붐빔에서 따라오는 적당한 여유, 바다와 공원, 야외수영장, 맛있는 커피집들,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숨어있는 바다 수영 데크. 질리지 않는 하루하루의 창밖 풍경이 선물 같았던, 다시 돌아가고픈 홍콩에서의 두 번째 집이다.


석양으로 감성 가득해진 집들이 준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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