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력은 다시 살아난다.
책속의 문장,문단들 #1 [ 다시 읽어보는 나의 첫 책 ]
환자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내력을 같이 버텨주는 것이야말로 외상외과 의사의 역할이다. 이 환자가 그 수많은 외력으로부터 힘이 빠지지 않게 도와주고 함께 버텨주는 존재! 어떻게 보면 결국 환자가 살아나는 과정도 외력을 이겨내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 무너져버린 내력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더불어 버텨주고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내력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p.43
좋은 책은 언제 읽어도 행복하다.
책 맛을 아는 사람들의 특권이자 특별한 행복이다.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나를 위한 책들이 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때로는 행복한 순간에 더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나만의 책들을 집어 든다. 그리고 내가 살짝 종이를 접어둔 페이지에 있는 나만의 문장, 문단을 다시 읽어본다.
그 문단 앞뒤로 읽다 보면 그 책을 처음 읽고 가슴 뭉클한 그 순간이 다시 떠오른다. 읽고 또 읽어도 그 순간이 생각나고 행복하다.
나는 오늘도 나만의 책을 다시 펼쳐든다.
'한번 무너져버린 내력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더불어 버텨주고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내력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그렇다. 오늘은 나의 책을 읽는다.
저자가 본인의 책을 펼쳐들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가끔 이렇게 다시 읽는 문장들이 내가 쓴 것이 맞는지 의심된다. 그 글을 쓸 당시에 내 마음이 어땠는지, 어떤 심정으로 그렇게 술술, 멋있게 써 내려갔는지 궁금하다. 역시 책의 첫 독자는 본인, 작가라는 말이 맞다. 책은 독자를 위해 존재하고 쓰는 것이 맞을지 모르지만, 다른 한편 작가 스스로는 위해 존재하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첫 독자는 정확히는 작가 자신보다 편집자님이 맞을 수도 있다. 진심된 책, 글을 작가뿐 아니라 편집자님을 감동하게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믿는다.
https://blog.naver.com/mdearnest/2239816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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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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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내력을 같이 버텨주는 것이야말로 외상외과 의사의 역할이다. 이 환자가 그 수많은 외력으로부터 힘이 빠지지 않게 도와주고 함께 버텨주는 존재! 어떻게 보면 결국 환자가 살아나는 과정도 외력을 이겨내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 무너져버린 내력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더불어 버텨주고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내력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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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력과 외력.
그렇다. 나는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수많은 외력들을 상상하며 시작한다. 당장 매일 아침 6시, 내가 침대와의 중력을 이기는 순간부터 그 외력이 시작된다. 어떻게든 나를 잠을 더 자게 만들려는 침대를 이겨내는 순간부터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또한 하루를 시작하며 수많은 유혹과 장애물들을 만나고 외력들의 힘들이 나를 압박한다. 하지만 나의 내면에 있는 내력, 그리고 나를 도와주는 많은 힘, 사람들 덕분에 그것들을 이겨낼 수 있다. 때로는 내가 전혀 생각지도 않는 사람들, 힘이 도움을 줘서 너무나 쉽게 이겨내고 지켜나갈 수 있다. 동시에 누군가의 작은 말 한마디가 그 순간에 행복을 전해준다. 동시에 그 한마디가 나에게 큰 힘이 돼주기도 한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이 내력을 한순간 놓아버리는 상황들을 목격한다. 충분한 내력이 있음에도, 할 수 있음에도, 그리고 충분히 견디고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외력을 못 버티는 상황들...
물론 나도 그러한 상황들이 없지 않았던 것 같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자체는 너무 괴롭고 안타깝다. 내가 놓쳐버린 그 내력은 누군가에 절실한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드라마 대사에서 너무나 감명받은 저 대사가, 나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내일 아침에도, 또 그다음 날 아침에도 나는 매 순간순간 작고 큰 외력들을 매일 마주친다. 즐거운 마음, 행복한 생각으로 그것을 넘어가고 더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게 나의 외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언제 또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라도 나는 나의 책을 펼쳐 저 문단을 다시 읽어보려 한다.
'한번 무너져버린 내력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더불어 버텨주고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내력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독자들을 위해 쓴 글, 책이 결국 나를 위한 책이 되었다.
작년에 쓴 책이 지금도 내가 꺼내들고, 다시 읽어보는 책이 되었다.